미국 경제일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한국계 우재연 기자는 지난 19일 WSJ 블로그에 “어떤 문어일까? 월드컵 한국 해설가의 예언 질주(What Octopus? Korean Commentator on World Cup Prediction Streak)”라는 글을 썼다. 이미 한국에서 널리 소개된 이영표의 “스페인 몰락” 예언 등을 소개하며, 앞서 월드컵 우승국가 알아맞히기로 세계적 예지력을 인정받은 문어 파울(Paul the Octopus)에 빗댄 이야기를 가볍게 썼다. 독일에서 사육된 문어라서 발음이 ‘폴’이 아닌 ‘파울’이다.
문어 파울은 2010 남아공월드컵과 유로 2008의 경기 결과를 일부 정확하게 예측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사육사가 두 개의 상자 안에 똑같은 먹이를 넣은 뒤 경기를 앞둔 국가의 깃발을 꽂아놓고 기다리면, 이 문어가 어느 쪽 먹이를 먼저 먹는지 체크하는 방식이다. 문어 파울은 2010 남아공월드컵 스페인의 우승 예언을 끝으로 세상을 떠 지금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영표 해설위원의 예측이 일부 맞은 것은 사실이다.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었던 스페인의 대패를 자신있게 언급하는가 하면, 일본 코트디부아르의 조별 예선 결과(2-1 코트디부아르 승)와 이탈리아 잉글랜드의 경기(2-1 이탈리아 승)는 골까지 맞췄다. 한국과 러시아 전에서는 월드컵 골게터 가운데 역대 최저연봉인 대한민국 국군체육부대 병장인 이근호가 경기 70분 이후 일을 낼 것이란 점까지 언급한 바 있다.
이영표의 예측이 놀랍다하더라도 확률로 엄밀히 계산한 것은 아니다. 경기 생중계 중에 수많은 말을 남기는 방송 해설위원인 만큼 그 중 일부가 적중한 것이다. 그마저도 놀라운 것이지만 이를 자사 방송에 활용하는 공영방송의 모습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KBS스포츠는 21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영표 형에 대한 관심은 영국에서도?”라며 “BBC의 적극 섭외로 방송 전 인터뷰 중인 표스트라다무스 문어”라고 했다. 사진도 첨부했는데, 이영표가 영국 위성방송 BBC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서서 인터뷰하는 모습이다.
방송사의 이런 호들갑과 달리 정작 이영표는 담담하다. 그는 23일 새벽 4시에 열리는 대한민국과 알제리전 결과에 대해 아직 이렇다할 예언을 하지 않고 있다. 이영표는 지난 18일 한국이 러시아와 비긴 직후 “알제리는 만만한 팀이 아니다”라며 “한국 대표팀이 러시아전처럼 한다면 알제리에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만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