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의사들이 정부의 소방방재청 해체를 골자로 하는 ‘구조구급 등 재난 대응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번 정부조직 개편 방향은 이상할 정도로 애초의 목적과 괴리가 있고,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와 대한재난의학회, 한국응급구조학회는 최근 ‘구조구급 등 재난 대응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3개 단체는 “세월호 침몰사고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과 부패적 사슬이 만들어낸 참사라는 점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침몰 사고 발생 직후 정부가 보여준 초기 구조와 구명 능력은 전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나라 수준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실패였다”고 진단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동안 현장 의료지원을 나선 응급의학, 재난의학, 응급구조학을 전공한 전문가들로서는 현장에서의 무질서와 무력감을 실제 지켜볼 수 밖에 없었고, 모든 희생자들이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는 현실에서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고 밝혔다.
3개 단체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안전한 시스템을 정착하겠다는 정부의 기본 방침에 대해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재난 대응을 위한 초기 대응능력을 고도화하고 정부 조직을 통합 일원화해 초기에 구조구급활동을 완벽하게 수행하겠다는 것이 이번 정부조직 개편의 기본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생명인 재난 대응체계에서 또 한 번 옥상옥 만드는 것 우려
이번 조직 개편과 관련 3개 단체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기 위해 기존 조직 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의 기존 질서를 폐지하고 새로운 조직으로 틀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했다. 특히 핵심적인 역량을 하나로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일사분란한 행동과 집행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단일한 조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문제는 정부가 제시한 기본 정부조직 개편의 기본방향은 이상할 정도로 애초의 목적과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3개 단체는 “이미 17개 시도로 운영되고 있는 지방소방조직을 통합 운영하던 소방방재청을 해체하고 일개 소방재난본부로 운영할 경우 중앙정부가 유사시 어떻게 재난지역을 통합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알 수가 없다”면서 “기존 안전행정부의 관련 조직을 이관하고, 소방방채청을 분산하고, 해양경찰청을 이관하여 만든 조직이 현장 대응에서 무엇이 달라질지 잘 알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특히 현장 대응을 위한 실제 능력은 변하지 않은 채 신속한 의사 결정이 생명인 재난 대응체계에서 또 한 번 옥상옥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3개 단체는 이번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국가안전처가 수행하고자 하는 중심 업무가 무엇인지 되물었다. 3개 단체는 “세월호 참사의 핵심 문제는 과학기술적으로 집약된 재난구조 및 구명 활동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이번 정부조직 개편 기본 방향은 집중적이고 통일적인 현장대응능력을 확보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기존 소방방재청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중앙정부가 운영가능한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3개 단체는 “소방방재청 산하에 현재 운영되는 199 중앙구조단을 확대할 뿐 아니라 첨단 기술력과 전문인력을 갖춘 중앙 119 화재단, 중앙 119 구급단을 추가로 편성해, 유사시 대규모 재난에 직접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부분의 시도 지방정부 소방본부가 취득하기 어려운 핵심 기술력과 과학적 대응력을 중앙정부가 상시 보유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방방재청을 해체하고 수직 계열화하는 조직개편 방안은 기존의 대응능력 조차 약화시킬 수 있다며, 오히려 3000~5000명 규모의 중앙 상비 화재구조구급 역량을 확대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소방방재청을 확대 개편하는 것이 현장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3개 단체는 지방의 재난대응능력 강화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어떻게 지방재난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유사시 중앙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3개 단체는 “지방정부의 재난대응 조직에 대한 중앙정부의 법적 제도적 지원방안 특히 인력 운영에 대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응급의료 전문가들 “소방방재청 해체 우려스럽다”
입력 2014-06-20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