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뛰지만…” 반기문, “한국 러시아 월드컵 못 봐”

입력 2014-06-18 11:06
ⓒAFPBBNews=News1

축구는 총성을 뺀 전쟁이다. 분출하는 진격 에너지를 스포츠로 승화시킨 최고의 이벤트가 월드컵이다. 전쟁과 테러를 막고 세계 평화를 도모하는 국제연합(UN)은 월드컵 때마다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위급 외교관들의 총성없는 멘트 전쟁이 벌어진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그 중심에 있다.

반기문 총장은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따라붙은 기자들이 2014 브라질월드컵 한국과 러시아 1차전에서 어느 팀을 응원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나에겐 매우 예민하고 민감한 문제(That's a very delicate, sensitive question for me)”라고 답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내가 치우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중립을 지키기 위해, 경기를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Just to keep my neutrality, I decided not to watch the game)”라고 말했다.

반기문 총장은 그러나 “한국팀을 응원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을 듯 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팀이 경기하면 내 심장이 보통 때보다 더 빨리 뛰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반 총장은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하는 모든 나라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러시아는 사실 반기문 총장과 UN에 골칫거리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직후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진출해 민주화 시위 이후 혼란을 겪던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영토 야욕을 나타내기도 했다. 공격성은 축구에서도 드러났다. 한국 러시아 경기를 앞둔 지난 12일 비탈리 추르킨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반기문 총장과는 한국과의 경기 이전에 모든 상의를 끝내야 할 것 같다”라며 “한국과 러시아 전이 끝나면 반 총장은 기분이 상해있을 것”이라고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이근호의 강력한 선제골을 앞세웠지만, 러시아와 1대 1로 비겼다. 반 총장에겐 잘된 일이다. 한국과 23일 오전 4시 맞붙는 알제리는 2007년 UN 사무소 연쇄 폭탄테러가 벌어진 나라다. 또 리비아에서 추방된 가다피 가족들 망명을 허용한 나라이기도 하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