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은 ‘북극곰’의 파공 공세를 온몸으로 막고 또 막았다. 그리고 소중한 승점 1점을 따냈다. 원팀, 원스피릿, 원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로 뭉친 ‘홍명호보’가 러시아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무승부를 거뒀다.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한국축구는 반란의 시동을 걸었다.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러시아의 H조 예선전. 한국은 접전 끝에 1대 1로 비겼다. 한국으로서는 이근호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한 게 아쉬웠다. 한국은 23일 오전 4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알제리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이날 원톱 스트라이커로는 박주영이 선발로 나섰다. 구자철은 섀도 스트라이커로 박주영의 뒤를 받쳤다. 좌우 날개로는 손흥민-이청용 조합이 호흡을 맞췄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기성용과 한국영이 짝을 이뤘다. 포백 수비라인은 윤석영-김영권-홍정호-이용이 지켰다. 골문은 정성룡(수원)이 지켰다.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하는 양 팀은 경기 초반 신중한 탐색전을 전개했다. 전반 5분 후부터 양 팀은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한국의 오른쪽 측면을 노렸고, 한국은 쉽게 뚫려 위험한 장면을 자초하기도 했다. 한국은 예상대로 선수비-후역습 전술로 러시아에 맞섰다. 수비수들이 페널티지역 앞쪽에 진을 쳤고, 나머지 선수들은 중원에 웅크린 채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했다. 한국은 간간이 역습을 시도했지만 러시아의 뒷공간을 쉽사리 공략하지 못했다.
전반 10분 손흥민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공을 잡아 회심의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크로스바 위로 날아가고 말았다. 손흥민은 전반 13분 상대의 공격을 막다가 경고를 받았다.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
한국의 압박 수비는 효과를 발휘했다. 러시아는 한국의 탄탄한 수비에 막혀 유기적인 연계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수비에 막혀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경기 흐름은 답답했다. 양 팀은 0-0으로 비긴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러시아는 중거리 슈팅과 코니킥 상황에서의 헤딩슈팅으로 한국 문전을 위협했다. 한국도 중거리 슈팅으로 응수했다. 주도권을 잡으려는 양 팀의 공세는 치열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11분 박주영 대신 이근호를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후반 23분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는 장면이 나왔다. 이근호가 선제골을 터뜨린 것. 이근호는 러시아 페널티지역 정면 바깥에서 드리블을 하다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공은 깜짝 놀란 러시아 골키퍼의 몸에 맞은 뒤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홍 감독은 두 팔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교체 카드는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국은 후반 29분 러시아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3분 전 교체돼 들어온 알렉산더 케르자코프는 문전 혼전 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경기 흐름은 러시아 쪽으로 넘어갔다. 한국은 경기 막판 불끈 힘을 냈으나 추가골을 뽑아내지 못하고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쿠이아바=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북극곰 파상공세 온 몸으로 막았다”… 한국 축구 ‘반란 시동’
입력 2014-06-18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