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솔직한 속내 토로 “중국 봉쇄 관심없다”

입력 2014-05-31 02:24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국은 중국의 봉쇄에 관심이 없다면서 그럴 경우 어떤 형식으로든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위협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은 자국의 부상(浮上)에 도움을 준 국제규범을 이용하지만 말고 유지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미 대통령으로서 극히 이례적이고 솔직하게 심중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날 웨스트포인트 미 육사 졸업식 연설을 통해 ‘오바마 독트린’으로 불리는 신(新)외교정책을 제시한 오바마 대통령은 공영라디오방송(NPR)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NPR은 이날 아침 인터뷰를 방송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성공을 막는 것은 미국의 이익이 아니다”면서 “미국은 중국의 평화적인 부상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실패한다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미국의 국가안보에 심대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이 국제규범과 항해·통행의 자유 등을 따르지 않거나, 자국의 발전을 보증해(underwrite) 준 여타 국제관행을 소홀히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미국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성공은 부분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상대적인 평화와 무역·항해의 자유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미국은 이제 중국이 자국의 성공에 기여한 그 국제질서를 이용하지만 말고 유지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측이 끊임없이 제기하는 미국의 ‘중국봉쇄론’에 대해서도 작심한 듯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확실한 것은 앞으로 중국이 아시아의 주도적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미국은 이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의 봉쇄에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이를 우려한다며, 그 이유를 미국 경제의 성공이 달린 광대한 시장인 아시아가 상시적인 분쟁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의 ‘큰불’로 인해 미국 국익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과 동남아국가 간 가열되는 영토분쟁에 관한 ‘기준’도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사회에는) 큰 나라들이 힘만 믿고 작은 나라들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기본원칙이 있다”고 전제한 뒤 “미국이 해 온 것은 해상의 특정한 섬이 이쪽 것인지, 저쪽 것인지 편드는 게 아니라 이 같은 분쟁을 해결할 체계적이고 법률적인 원칙,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제정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웨스트포인트 연설에서 천명한 새로운 외교원칙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달라는 질문에는 “21세기 미국의 리더십은 부분적으로만 군사력을 통해 발휘되며, 큰 부분은 국제규범과 규칙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국제제도와 협력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그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나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등 ‘독재자’들이 연설을 통해 얻은 교훈이 뭔지를 묻자 “그들이 국제적인 규범을 어기는 행위를 할 때 한층 조심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의 적극적인 반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전히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국제여론을 신속히 움직여 사태의 방향을 바꾼 게 확실하다고 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아전인수 해석이란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