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세월호 아픔 조금이나마 보듬어 드리겠습니다”
입력 2014-05-31 02:09
“침체된 대한민국에 희망의 불씨를 살리겠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8강 신화에 도전하는 홍명보호가 마침내 장도에 올랐다. 월드컵 개막을 보름 앞둔 30일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마지막 전지훈련 장소인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했다.
◇“개인 능력 향상에 집중”=홍 감독과 23명의 태극전사들은 월드컵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쳐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홍 감독은 “지난 1년간 준비하면서 부족한 점도 많았고 좋은 점도 있었다. 지금부터는 그동안 부족했던 점을 채우고 장점을 잘 정리해 남은 기간 준비를 잘 하겠다”며 “(세월호 참사로) 침체된 대한민국에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마이애미 전지훈련에 대한 대략적인 목표와 밑그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홍 감독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다 준비할 수는 없지만, 우리 선수들이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결하기 위한, 거친 플레이에 대응하기 위한 개인 능력을 쌓는 데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의 컨디션은 모두 80% 이상 올라와 있고 심폐기능적인 훈련을 다 마쳤다”며 “남은 기간에는 민첩성, 파워 훈련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성용, 왼손 국민의례 논란 사과=홍 감독에 이어 출국 하루 전에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박주호가 선수 대표로 인터뷰에 나섰다. 박주호는 주전 왼쪽 수비수로 꼽히던 김진수가 발목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전격 합류했다. 박주호는 “부상으로 탈락한 김진수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며 후배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 뒤 “최대한 빨리 팀에 융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발가락 부상에서 회복한 박주호는 “조깅이나 축구화를 신고 운동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지만 컨디션이 시즌 때 보여준 100%는 아니다”라면서 “어렵게 승선한 만큼 걱정과 부담도 크지만 팀에 보탬이 되도록 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8일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왼손으로 국민 의례를 해서 논란을 일으킨 기성용도 인터뷰에 응했다.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출국 전에 민감한 문제를 털고 가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성용은 “당시 무릎 부상에 신경이 많이 쓰이다 보니 국민의례에 집중하지 못했다”면서 “다시는 실수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반성했다.
◇6월 12일 결전의 땅 입성=인천국제공항은 홍명보호를 지켜보기 위한 인파와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정남 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국OB축구회는 플래카드를 준비해 떠나는 후배들을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홍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은 공항 한 켠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6·4지방선거를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뒤 출국했다.
한편 홍명보호는 31일 오전 마이애미 전훈 캠프 숙소인 턴베리 아일 리조트로 이동해 여장을 풀고 최종 주전 경쟁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달 10일 오전 8시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가나와의 평가전을 통해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베스트 11’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이후 12일 ‘결전의 땅’ 브라질에 입성해 브라질 포스 두 이과수에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홍명보호는 18일 오전 7시 브라질 꾸이아바의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본선 첫 경기를 치른다.
인천공항=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