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 속으로] 브라질 선수들은 왜 노란색 유니폼을 입을까?
입력 2014-05-31 02:55
스포츠에서 유니폼은 원래 팀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단순히 우리 팀과 상대 팀을 나누는 것이 목적이라면 지금처럼 다양한 종류의 유니폼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속감과 연대감의 상징인 유니폼은 오랜 시간을 거치며 수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축구 클럽과 야구 구단이 자신만의 유니폼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는 각국 대표팀의 유니폼 역시 오래전부터 같은 색깔과 무늬를 사용하면서 이젠 그 나라를 상징하게 됐다. 대체로 국기를 모티브로 한 것이며,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라 알비셀레스테(White and Sky)’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아르헨티나 유니폼은 흰색과 하늘색 줄무늬로 유명하다. 흰색을 가운데 두고 위아래 하늘색을 배치한 아르헨티나 국기의 패턴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국기 가운데 있는 태양 문양은 대표팀 유니폼의 뒷목 부분에 수놓아져 있다.
녹색선이 들어간 노란 셔츠와 파란 팬츠가 압도적인 브라질 유니폼 역시 국기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브라질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것은 아니다. 브라질은 근대 축구가 시작된 이후 줄곧 셔츠와 팬츠, 양말까지 모두 흰색을 입었다. 그런데 1950년 자국에서 열린 4회 월드컵 결승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로 준우승에 머문 뒤 유니폼을 완전히 바꿨다.
당시 우승 후보였던 브라질은 승승장구하며 결승 리그에 올랐다. 이때는 지금과 같은 토너먼트 방식이 아니라 결승까지 모두 리그 방식이었다. 브라질은 4팀이 겨룬 결승 리그에서 2승으로 선두였기 때문에 1승1무였던 우루과이와 비기기만 해도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다. 대회 내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던 브라질은 우루과이와의 경기가 열리기도 전에 자국 선수들의 금메달을 만들어 놓았을 정도로 승리를 확신했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었던 줄 리메(프랑스)도 브라질 우승 축하를 위해 포르투갈어 연설을 준비했을 정도다.
게다가 경기 직후 브라질이 선제골을 터뜨리자 우승 기념 축제를 준비하고 있던 브라질 전역은 이미 승리한 듯 분위기에 취했다. 브라질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화가 난 우루과이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공격했고, 마침내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너무나 황망한 결과에 브라질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다. 브라질 국민은 이 경기를 너무나 치욕스럽게 여겼고, 당시 입었던 유니폼마저 증오하게 돼서 지금의 유니폼으로 바뀌게 되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외에도 한국 프랑스 독일 등 월드컵 참가국 대부분의 유니폼에는 어떤 식으로든 국기가 반영돼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흰색 바탕에 빨간 원이 그려진 일장기를 유니폼에 직접적으로 반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파란색인 주 유니폼과 형광 연두색인 원정 유니폼을 자세히 보면 일본축구협회(JFA) 엠블럼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아가는 빛줄기 모양이 그려져 있다. 군국주의 상징이었던 욱일승천기의 문양을 채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과 중국 외에 유럽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일본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나치 독일의 상징이었던 하켄크로이츠(철십자가)기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법으로 금지되었던 것과 달리 욱일승천기는 금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은 지금도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욱일승천기 문양을 교묘하게 채택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각각 푸른색과 오렌지색의 유니폼을 대대로 채택해 ‘아주리(Azzurri·푸른색) 군단’과 ‘오렌지 군단’으로 불린다. 녹색-흰색-빨간색이 세로로 배열된 이탈리아 국기나 빨간색-흰색-파란색이 가로로 배열된 네덜란드 국기와 유니폼이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이탈리아의 경우 19세기 분열돼 있던 나라를 통일시킨 사보이 왕가를 상징하는 색이 푸른색이었기 때문에 유니폼에 이것을 반영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17세기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전쟁을 이끈 오라니에(Orange) 왕가를 상징하는 색이 오렌지색이었던 데서 유래했다. 오라니에는 영어로 읽으면 오렌지이기도 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