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화재 참사] 비상구 개수도 모르는 현장 점검했다
입력 2014-05-29 03:19
정부가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효사랑요양병원)에 대해 최근 안전점검을 벌였지만 건물 비상구 개수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부실 현장점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성보건소는 지난 21일 전남도의 안전점검 지시에 따라 효사랑요양병원에 대한 현장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그러나 실상은 요양시설을 돌며 “안전 점검에 신경을 써라” 정도의 당부에 그쳤다. 장성보건소는 해당 건물의 비상구가 몇 개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28일 “우리는 비상구를 표시하는 전등이 잘 들어오고 있는지 정도만 점검했다”며 “비상구가 몇 개나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얼버무렸다.
보건소가 현장점검 후 작성한 ‘의료기관 안전관리 점검표’에는 점검사항 7개 항목 31개 사항에 모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모두 ‘이상이 없다’는 표시였다. 다만 피난 유도선 설치와 피난 안내도 부착 항목에는 ‘추가설치 계획’, 화재 시 엘리베이터 사용금지 안내문 부착 항목에는 ‘즉시 설치’라는 지적사항이 간단히 적혀 있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기나 화재시설, 가스 점검 등은 하기가 힘들다”며 “전문적인 사항은 관리 업체에 맡기고 우리가 체크하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평소 소방·가스·전기 등 각각 관리 업체별로 따로 점검하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관리업체 합동으로 점검을 실시해 30일까지 보고하라고 병원 측에 당부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은 사고가 나기 전날인 27일까지 안전 점검 후속 보고를 하지 않았다. 보건소 역시 안전 점검에 대한 후속 점검을 하지 않았다. 효사랑요양병원은 보건소의 안전 점검 직전 병원 자체 안전점검도 실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달여 사이 병원과 지자체가 2차례나 안전관리 점검을 했지만 화재 참사를 막지 못했다.
2007년 11월 개원한 이 요양병원은 연면적 5492㎡ 건축면적 2269㎡에 본관 3층·별관 3층 구조로 3개 병동과 외래병동 등 53개 병실에 397개의 병상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요양병원, 인증의료기관으로 선정됐다.
광주=황인호 장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