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총리후보 사퇴] 또 구멍뚫린 사전검증… 김기춘 책임론 다시 도마 위에
입력 2014-05-29 03:52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격 사퇴하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한 책임론이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들끓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초반부터 뭇매를 맞았던 허술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김 실장이 주도한 인사검증 과정에서 국민 정서상 이해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후보자가 사전에 걸러지지 못한 것이다. 김 실장이 책임론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여권 내에서도 가장 어렵고 중요한 시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안 후보자는 김 실장이 지난해 8월 비서실장에 임명된 이후 지명된 고위 공직자 중에서 처음으로 낙마한 사례다.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안 후보자를 사전검증하면서 변호사 시절 수입에 대해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안 후보자는 “관행 수준의 수입이 있었고, 일부는 기부를 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논란이 일 가능성을 인지했으면서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안이한 결론을 내려 결국 박 대통령이 안 후보자를 지명하게끔 만든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법조인 출신인 김 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이 법 만능주의 사고에 매몰돼 위법이 아니기만 하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됐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법질서 강조’도 더불어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안 후보자의 낙마에 대해선 청와대가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박 대통령이 천명한 국가개조 수준의 공직사회 개혁에만 신경 쓴 결과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에만 코드를 맞춘 ‘맞춤형 인사’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또 대선 정치자금 수사 등 안 후보자가 가진 과거의 강직한 이미지에만 의존하다 보니 청와대가 검증을 소홀히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후보자가 지난 대선 기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면서 박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 본 인사여서 청와대가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쉽게 ‘OK’ 사인을 내렸을 것이란 얘기까지 나돈다. 김 실장(경남 거제)이 안 후보자(경남 함안)와 같은 부산·경남(PK) 출신이고 평소 아끼는 후배였다는 점에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문제로 불거지면서 국정 운영의 동력을 정상적으로 얻지 못했다. 정부가 출범한 지 7일 만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한 것을 시작으로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내정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등 박 대통령이 손수 낙점한 인사들이 검증 부실로 줄줄이 낙마했다. 지난해 9월에는 박종길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임명 6개월 만에 공문서 위조 의혹을 받고 사표를 제출해 ‘인사 파동’이 이어졌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