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호, 책과 CD 들고 다시 세상에… “지금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화창한 다음날이 기다려”

입력 2014-05-28 02:30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이 세상에 손이 아플 정도로 꽉 붙잡고 있어야 할 일이 별로 없었음을 알아야 하나?”(오태호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 중)

가사를 쓰듯 일상을 적어 내려간 듯했다. 짧은 메모임에도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승환과 함께한 남성 듀오 이오공감으로 1980, 90년대 가요계를 풍미했던 작사·작곡가 겸 가수 오태호(사진)가 한 권의 책을 들고 세상에 나왔다. 에세이집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다. 책은 이승환과 22년 만에 함께 부른 ‘추억 속에 만나요’ 등의 CD가 부록으로 실려 있어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2012년 그의 히트곡을 모아 만든 뮤지컬 ‘내 사랑 내 곁에’ 제작 발표회 이후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그였다. 오태호는 ‘내 사랑 내 곁에’(김현식),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오공감), ‘사랑과 우정사이’(피노키오),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이승환) 등 명곡들을 만들었다.

27일 전화통화에서 그는 에세이 제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릴 적 천둥과 번개가 치면 엄마 품에 숨어 무서워했던 거 기억하세요? 그런데 다음날이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화창하고 깨끗한 날씨가 되잖아요. 지금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도 지나고 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바로 오태호가 책을 쓴 이유였다. 당초 출판사는 그에게 기타 교재를 의뢰했다. 누군가를 가르치기엔 모자람이 많다며 거절하던 그의 머리에 그동안 메모한 것들이 떠올랐다.

오태호는 “가족이나 친한 사람과 갈등을 겪은 뒤 적어놓은 메모들을 봤는데 그 일들이 나중에 보니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서 “힘들 때 길에 앉아 바람을 느끼고 아기의 볼을 부비며 일상의 소소한 것들로부터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들이 궁금해 할 이승환과의 활동 계획을 묻자 “책을 팔기 위해 음원을 발표했다는 오해를 살까봐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승환이 무대에 함께 오르자고 요청하면 언제든 올라갈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