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속 자존감/조세핀 김 지음/비전과리더십
부모와 자녀, 부부, 친구…. 세월호는 분명 많은 것을 빼앗아갔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선 우리가 평소 잊고 지내던 관계들에 길을 열어줬다. 서로를 돌아보고 나누며 감사할 수 있도록 말이다. 특히 스승이 없다던 이 시대에 진정한 스승의 자리를 되돌려줬다. 어린 제자들을 살리기 위해 애쓰다 세상을 떠난 안산 단원고 교사들은 지식만 가르친 선생님이 아니었다. 끝까지 아이들 인생에 책임을 다한 스승이었다. 우리는 참스승을 만났고, 또 기다리고 있다. 그런 기대감에 펴든 책이다.
목사의 딸로 태어나 8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 시카고로 이민을 간 소녀는 영어 한마디 할 줄 몰랐다. 학교에선 꿀 먹은 벙어리였고, 친구들은 낯선 동양의 여자 아이를 반겨주지 않았다. 4학년 때 한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영한사전을 찾아가며 아이와 대화를 시도했고, 어렵게 낱말 10문제를 푼 아이의 시험지에 ‘100’ ‘원더풀(Wonderful)’을 써줬다. 미소로 아이를 칭찬했다. 그날 이후 아이는 달라졌다. 6개월 만에 영어를 마스터하고 발표도 적극적으로 했다. 선생님이 아이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지금 그 아이는 미국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다. 정신건강 상담가, 대학교 내 폭력문제 전문가 등으로 활동 중이다. 2007년 미 버지니아공대에서 발생한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 이후 여러 언론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저자 조세핀 김 교수다.
그에게 한 줄기 빛 같은 미소를 날려준 스승은 35년 교직에 몸담은 제닛 캡스 선생님이다. 저자는 스승에게 학생 지도방법을 물었다. “나는 지난 35년 동안 새벽마다 4시30분에 일어나 집안 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 공부를 어려워하는 아이, 부모가 없는 아이 등을 위해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했단다.”
저자는 “교육 시스템이 아무리 엉망이고, 학부모가 아무리 꼴통이어도 아이를 진심으로 돌봐주는 단 한 명의 어른만 있으면 그 아이는 변한다”며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자꾸 마음이 가는 아이에게 ‘단 한 명의 어른’이 되어주라”고 당부했다. 이 책은 교사가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먼저 저자는 ‘오뚝이의 힘’과 같은 자존감을 설명한다. 자존감(self-esteem)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다.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고, 실패와 성공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힘이 자존감이다. 대체로 자존감이 높은 학생은 자신과 신체, 학업과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며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책임감도 강하다. 새로운 일에 열정을 갖고 도전한다. 자신의 판단을 중요하게 여기고 유머 감각도 있다.
그런데 이것을 아는가. 자존감이 높은 교사가 자존감이 높은 학생을 만든다는 것을. 학생이라는 나무에게 교사는 햇살과도 같은 존재다. 그래서 저자는 매 순간 이 문장을 마음에 새길 것을 조언한다. “나는 학생의 인생을 변화시킬 영향력을 가진 교사다!”(99쪽) 자존감의 힘을 아는 교사가 학생을 치유하고, 학교를 행복한 무대로 만들 수 있다.
“자존감의 힘을 아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올바르게 배우고 성공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의 말에 전심으로 귀를 기울여 주는 탁월한 경청자입니다. 경청이라고 하면 그냥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던 일을 멈추고, 말하는 사람에게 집중하고 들어주는 적극적 경청의 자세가 필요합니다.”(241쪽)
전체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낮은 자존감으로 나타나는 우울증, 자살, 자해 등 학생의 다양한 증상을 먼저 소개한다. 이어 자존감이 무엇이며, 학교에서 자존감이 왜 중요한지, 자존감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이야기한다. 교사가 조회와 종례시간 10분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교실을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만드는 법, 교사와 학생들 간에 신뢰를 쌓는 법, 왕따를 근절하는 게임, 감정을 표현하도록 돕는 ‘SEL 교육법’ 등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풍성한 실례를 들려준다. 교사의 자존감 체크, 학생을 살리는 교사되기 10계명 등도 안내되어 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자존감이 행복한 학교·학생 만든다
입력 2014-05-28 02:28 수정 2014-05-28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