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아시안게임 북한 참가를 호기로 삼자
입력 2014-05-26 02:21
남북관계 근시안적 접근 접고 대북 교류 출발점 됐으면
북한이 9월 중순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할 것이라는 소식은 남북관계 개선 측면에서는 청신호다. 우리 해군 함정을 조준 포격한 다음날인 지난 23일 갑자기 발표해 전략적 의도가 엿보이기는 하지만 정부도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모처럼 갖는 비정치적 접촉 기회이니 만큼 양측의 공감대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남북관계는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 날 선 대립을 보이며 개성공단 폐쇄 일보 직전까지 갔으나 극적인 반전을 거듭하며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따른 정부의 5·24조치가 4년이 지났지만 풀릴 기미조차 없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경색된 양측 관계를 개선시키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은 이미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시작으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등에서 선수단이 동시 입장해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국제사회에서 냉전과 분단의 상징이 된 남북이 스포츠 행사를 통해 공존공영이라는 평화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북의 참가를 위한 사전 접촉이 강화돼 남북이 화해와 교류의 길로 가는 새 이정표가 됐으면 한다.
문제는 북한이 자신들의 말과 달리 우리를 계속 자극해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한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를 애도한다면서도 박 대통령을 헐뜯고 잊을 만하면 서해안에 느닷없이 총격을 가해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대북 지원을 약속한 ‘드레스덴 선언’을 공표하는 순간에도 청와대 상공에 무인비행기를 보내지 않았던가.
북한도 이제 대내적인 단합을 도모하기 위한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논리에도 맞지 않고 밑도 끝도 없는 비방과 중상모략을 중단할 때가 됐다고 본다. 남북교류 전면 중단과 대북투자 불허, 지원 보류가 핵심인 5·24조치로 실질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북한도 남한에 해제 명분을 줘야 할 것이다. 우리 대신 중국에 기댄다고 경제가 살아나지도 않을 것이란 점은 북한이 더 잘 알 것 아닌가.
정부도 민족사적인 관점에 입각해 단기 성과에 너무 급급해하지 말고 대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더욱이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국제적인 위상이 날로 불안해 예전처럼 대북 관계에 세밀한 관심을 기울이지도 못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한반도 안정이 동북아 안정의 열쇠라는 입장인 만큼 우리를 둘러싼 여건이 그리 나쁘지 않다.
북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 발표를 계기로 정부는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대북정책을 펼 수 있는 기초 환경이 마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정부 내 강경파로 불리는 안보라인도 경질돼 후임 인사가 거론되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호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죽의 장막이란 이름을 얻었던 중국의 높은 장벽도 미국의 핑퐁외교로 벽이 허물어졌듯 모든 스포츠 교류는 국가 관계 개선의 선구적인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정부의 혜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