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영성] 탐욕 성찰

입력 2014-05-24 02:06

이집트의 원로 수도사 타마의 바울은 “우리 주님은 가난 속에 사셨다. 그는 우리를 위해 길을 놓으셨고, 그분 가신 길을 따라 걸으며 같은 삶을 살도록 하셨다. 주님께서 열두 제자들을 전도하러 보내셨을 때 많은 명령들을 주시지 않았다. 그들에게 주신 단 하나의 명령은 가난하라는 것이었다. ‘너희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을 가지지 말고 여행을 위하여 배낭이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마 10:9∼10) 우리가 가야 할 가난의 길을 잃어버리면 우린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타락한다”고 가르쳤다.

하나님 약속을 믿지 못하는 것도 탐욕

수도사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가난한 삶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들은 물질을 버릴 수 있었으나 마음속에 돈을 좋아하는 탐욕은 뿌리째 뽑지 못했다는 것을 사막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사막의 원로들은 염려와 불안 없이 평안한 삶을 살려면 육신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품만 소유하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많은 수도사들은 이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다.

원로 이삭은 다음과 같은 일들이 독거하는 수도사들에게 있었다고 전한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 이상을 벌기 위해 지치도록 노동하는 것, 낮과 밤에 입을 옷 두 벌이면 충분한 데도 서너 벌의 옷을 소유하는 것, 한두 개의 방으로 충분한 데도 넓은 공간을 향한 욕심 때문에 4∼5개 방을 짓고 필요한 것 이상의 비싼 설비를 갖추는 일이 있었다.

왜 수도사들이 지나치게 일하면서 돈을 벌었는가. 에바그리우스는 “노동을 할 수 없는 긴 노년기의 궁핍, 앞으로 겪을 질병들, 그리고 다른 이들로부터 생필품을 받는 데서 오는 수치심을 내다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뒤에는 하나님께서 나를 돌보신다는 약속을 믿지 못하는 탐욕이 있다고 보았다.

탐욕은 사소한 물건들에서도 드러났다. 멍석, 바구니, 모포, 책 등 물건들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그것들 때문에 형제와 말다툼까지 하는 수도사도 있었다. 원로 다니엘은 이런 수도사는 외적으로는 가난한 자와 같은 모양을 갖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부자의 의지를 갖고 있다고 꾸중했다.

수도사들이 함께 사는 공주수도원의 경우 일부 수도사들은 자신들에게 공급되는 것은 너무 불충분하고 그대로 살다가는 건강마저도 해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계속 불평하고 더 요구하다가 결국 다른 수도원으로 떠났다.

탐욕 때문에 죽은 이들이 있다

수도사들은 이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자신들 안에 여전히 살아 있는 탐욕의 실체를 깨달았다. 탐욕은 세속 사회에 사는 부패한 자본가와 권력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난한 삶을 사는 수도사조차 씨름해야 할 문제였다. 돈과 물건에 대해 갖는 모든 결정에 탐욕은 교묘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싶다는 마음 뒤에 탐욕이 있었다. 이 악을 깨닫고 억제하지 못하면 수도생활은 행복할 수 없었다. 탐욕의 질병을 앓고 있는 영혼을 사막원로들은 어떻게 고쳤을까?

첫째, 탐욕을 하찮게 보지 말고 두려워하라고 한다. 탐욕은 쉽게 물리칠 수 있기에 대개 크게 문제시하지 않고 경계하지 않는다. 그러나 탐욕에 한 번 사로잡히면 어떤 악보다 치명적이고 벗어나기도 어렵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딤전 6:10)라는 말씀을 인용한 원로 세라피온은 탐욕은 탐욕으로 끝나지 않고 가지를 쳐서 거짓말, 사기, 도둑질, 위증, 부정한 소득에 대한 욕심, 거짓증언, 폭력, 잔학한 행위를 낳는다고 말했다.

둘째, 탐욕과 관련된 성경 속의 교훈들과 인물들을 자주 묵상하라고 가르친다. 궁핍에도 자족하기를 배웠던 사도 바울(빌 4:1)은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딤전 6:8)고 말씀했다. 성경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탐욕에 사로잡혀 하나님의 심판을 받은 인물들도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아골 골짜기에서 돌에 맞아 죽은 아간, 평생 중병으로 징계를 받은 게하시, 졸지에 죽임당한 아나니아와 삽비라, 목매어 죽은 가룟 유다가 대표적이다.

셋째, 하나님 앞에 서 있게 하는 영성 훈련을 꾸준히 행해야 한다. 에바그리우스는 기도, 독서와 철야는 산만한 정신을 안정시키며 금식과 수고와 고독은 불붙은 갈망을 잠재우고, 시편찬송과 인내와 자비는 흥분한 영혼을 진정시킨다고 말했다. 평소에 잘 관리된 영혼은 탐욕스러운 생각이 와도 곧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사막의 훈련들 외에도 탐욕과 관련하여 영국의 베네딕트 수도회는 좋은 관습을 갖고 있다. 수도사들은 매년 한 번씩 사순절에 개인적으로 가진 물건들을 조사해서 그 목록을 수도원장에게 제출한다. 그들은 이 목록을 ‘가난신고서’라고 부른다. 이것을 작성하면서 수도사들은 스스로에게 ‘이 모든 것이 내게 필요한가’를 묻는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은 앞으로도 소용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준다고 한다. 이 방법은 물질 소유에 대한 바른 인식을 높이고 탐욕을 누그러뜨리는 좋은 훈련 방법이다.

김진하 <백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