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256명 보직 사퇴… KBS 사태 장기화 되나

입력 2014-05-22 04:34

청와대의 보도·인사 개입 논란으로 KBS 기자협회가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사흘째 제작 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1일 KBS 노동조합(제1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가 동시에 총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길 사장은 이날 오전 사내방송 특별담화를 통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선동과 폭력에는 절대로 사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사퇴를 재차 거부했다.

길 사장은 “불법파업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면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와 노조의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협회 등에 따르면 이날까지 보직 사퇴 의사를 밝힌 간부급 구성원은 256명이다. 특히 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팀장급 308명 중 178명(57%)이 공개적으로 보직 사퇴했고, 사장 직속 부서인 대외정책실과 수신료현실화추진단 팀장급, 기술본부 내 팀장 전원도 보직을 내려놓았다. 제작 관련 간부직의 이런 대규모 보직 사퇴 및 제작 거부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기자협회 관계자는 “제작 거부가 가능한 기자협회 회원 중 460여명이 거부에 동참하고 있다”며 “전국기자협회 소속 200여명, 전국촬영기자협회 소속 100여명도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또 보도본부 내 디지털뉴스국 팩스 송신 내역을 공개하며 “길 사장이 비공식 라인을 통해 ‘뉴스9’ 가편집 큐시트와 현안 등 정보보고를 받아왔다”고 폭로했다.

KBS PD협회도 오는 23일 밤 12시부터 24시간 동안 제작 거부를 선언했다. 교양국, 예능국, 드라마국 등 프로그램 제작국 팀장들도 대부분 보직 사퇴하면서 다른 방송 프로그램도 제작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날 오후 열린 KBS 이사회에서는 지난 19일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제출했던 ‘길환영 사장 해임 제청안’이 논의됐지만 5시간여의 긴 토론 끝에 상정이 연기됐다. 이사회는 제안 사유를 보완해 오는 26일 임시이사회에서 상정하고, 길 사장에게도 이날 참석해 소명하도록 통보키로 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