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탐사기획 이번에는 제대로 뽑읍시다 (3)] 정치적 뜀틀된 지방선거 줄줄이 체급올려 도전장

입력 2014-05-21 03:28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당선자 중 스스로 사직한 사례는 121건이다. 이 중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 등 더 큰 정치적 꿈을 위해 직(職)에서 물러난 사례는 104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를 입수해 전수 분석한 결과 지방단체장, 지방의원의 자리가 중앙정치로 진출하기 위한 정치적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정치적 사다리로 이용한 것은 중앙정치 선출직만이 아니었다. 지방자치 선출직 내부에서도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사직서를 낸 사례가 11건에 이르렀다. 기초·광역의원들이 기초단체장 자리가 비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직한 경우다.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직한 104명 중 53명은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재보선에 이미 도전해 성적표가 나왔다. 당선자는 국회의원 3명, 군수·도의원 1명씩 등 모두 5명으로 당선율은 9.4%에 불과했다.

104명 가운데 아직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51명 역시 이번 제6회 6·4지방선거에서 한 단계 ‘점프 업’을 노리고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위해 미리 사직서를 냈다. 하지만 이들 중 공천을 받은 것은 22명으로 조사됐다. 체급을 올려 도전하는 현직들이 사직하는 이유는 예비후보자가 되면 선거사무소 개소, 현수막 설치, 홍보용 의복 착용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출마를 위한 사직 104건 외에 선거법 위반,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던 도중 사직한 경우가 14건, 정치적 소신으로 직을 던진 경우가 3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선거학회 간사인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직과 불출마 선언 등을 하면 혐의가 약해지거나 혐의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가 있어 수사를 받는 선출직 인사들이 종종 사직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지방선거다. 2010년 당선자 중 대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경우는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유일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 중 여권에서는 정몽준 남경필 홍준표 원희룡 후보가, 야권에서는 박원순 송영길 안희정 후보가 대선 후보 잠룡으로 불린다.

이들 사이에서 대권 레이스가 불붙으면 시·도 지사들의 대거 사직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방자치의 정점인 시·도 지사들이 사직하면 기초단체장들이 그 자리에 도전하고 광역·기초의원들이 기초단체장을 노리는 연쇄사퇴 사태도 우려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도 지사의 중도 사퇴가 행정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탐사취재팀=하윤해 팀장, 엄기영 임성수 권지혜 유성열 유동근 정건희 김동우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