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쿠플레 무용단’ 14년 만에 한국 온다

입력 2014-05-21 02:05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근대 올림픽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행사로 회자된다. 환상적인 영상과 음악, 초현실적인 춤과 서커스가 어우러진 무대로 지구촌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 개막식의 연출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안무가 필립 드쿠플레(53)가 맡았다. 폐막식도 연출한 드쿠플레는 이를 계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어린 시절 마임과 서커스를 배운 드쿠플레는 몇몇의 무용단에서 경력을 쌓은 다음 21세 때인 1983년 자신의 무용단 DCA(Decoufle’s Company for the Arts)를 설립했다. 춤, 연극, 서커스, 마임, 비디오, 영화, 그래픽, 건축, 패션 등을 뒤섞은 그의 작업은 워낙 독특해서 ‘드쿠플러리’(Decoufleries-드쿠플레 방식의)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1997년 제50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연출한 그는 공연그룹 태양의서커스의 ‘아이리스’와 파리 3대 카바레 중 한 곳인 크레이지 호스의 쇼를 연출해 예술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드쿠플레 무용단이 14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다. 31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로 LG아트센터에서 지난 30년간 선보인 대표작을 모은 무대 ‘파노라마’를 공연한다.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필립 기요텔이 디자인한 화려하고 파격적인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줄에 매달려 서커스를 벌이는 듯한 춤을 추기도 하고,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과 무용수가 그림자놀이를 하기도 한다. 또 무용수들이 동물로 변신하는 등 시종일관 코믹하고 익살스런 장면들이 펼쳐진다. 드쿠플레는 무용수들의 재능에 따라 안무를 재구성했다.

‘파노라마’를 구성하고 있는 ‘텅빈 카페’(1983)는 DCA 창립 작품으로 초연 이후 이번에 처음 선보인다. ‘점프’(1984)는 드쿠플레의 첫 번째 댄스비디오 작품이다. ‘코덱스’(1986)는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화가인 루이지 세라피니의 책 ‘코덱스 세라피니아스’를 바탕으로 만든 무대다. 신기한 그림들과 환상적인 실루엣, 살아있는 채소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거대한 발레리나가 죽마(竹馬)을 타고 가는 ‘트리통’(1990), 무용수들이 땅속으로 꺼지기도 하고 공중으로 날아오르기도 하는 ‘쁘띠뜨 삐에스 몽떼’(1993), 3년간 세계 곳곳에서 200회 이상 공연된 ‘샤잠!’(1998) 등이 볼만하다.

이번이 세 번째 내한공연인 드쿠플레는 “기존 작품을 발췌한 게 아니라 각 작품의 특성을 배합한 독자적인 무대”라고 전했다. 관람료 3만∼7만원(02-2005-011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