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해경 경비정, 선내 진입 지시 안 따랐다

입력 2014-05-19 03:12

세월호 침몰 당시 현장에 최초로 도착한 해경 경비정 123정에 해경 지휘부가 여러 번 선내 진입을 지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선체 경사가 급하다’는 이유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이 18일 공개한 해경 123정과 목포해경·서해지방해양경찰청 간 ‘주파수공용통신(TRS)’ 녹취록을 보면 123정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지난달 16일 오전 9시30분이었다. 123정은 “승객이 안에 있는데 배가 기울어 현재 못 나오고 있다”고 첫 보고를 했다.

9시48분에는 “승객 절반 이상이 지금 안에 갇혀서 못 나온다. 빨리 122구조대가 와서 구조해야 될 것 같다”고 다급히 보고했다. 심각한 상황을 감지한 서해지방청 상황실은 처음으로 123정에 “안전장구를 갖추고 올라가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기 바란다”며 선내 진입을 지시했다.

하지만 123정은 세월호 좌현이 완전히 침수돼 좌현 쪽에서 더 구조하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이에 상황실은 오전 9시54분 다시 “청장님이 최대한도로 승선원을 구조할 수 있도록 조치 바람”이라고 지시했고 123정은 “너무 경사가 심해 못 들어가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후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오전 9시57분 “우리 직원도 올라가서 하고 그래. 안 되면 마이크를 이용해서 최대한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시기 바란다”며 선내 진입과 퇴선방송을 지시했지만 123정 대원들은 선내로 진입하지 못했다.

해경이 구조된 지 4시간이 지나서야 이준석 선장의 소재 파악에 나선 상황도 드러났다. 김 서장은 이날 오후 1시31분 “생존자 중에 선장하고 당시 조타기 잡은 사람이 있을 거다. 빨리 정보요원들 확인해서 먼저 정황을 파악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후 123정은 구조 당시 선장 등이 신분을 밝히지 않아 누가 승무원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