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 “길 사장 사퇴 거부땐 제작거부 돌입”
입력 2014-05-19 02:26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공정성 논란에서 시작된 KBS 사태가 청와대 인사·보도 개입 폭로로 이어지면서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지난 16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청와대 개입의 구체적 정황을 공개하면서 KBS 구성원들은 본격적인 길환영 사장 퇴진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18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에 따르면 KBS노동조합(제1노조)과 새노조는 19일부터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출근 저지운동과 1인 시위 등으로 수위를 높인다. 새노조 관계자는 “지난 15∼17일 길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에 참여한 1104명(투표율 90.2%) 중 1081명(97.9%)이 불신임 의견을 표했다”며 “오는 21∼23일 총파업에 대한 찬반투표를 열고 결과에 따라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직군 등 2500명이 소속된 제1노조는 사장 신임투표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길 사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길 사장은 지난 17일 KBS 9시 뉴스를 통해 “청와대 개입 의혹은 김시곤 전 국장의 개인적 주장”이라며 “사실과 다르다”고 못 박았다. 길 사장은 19일 사원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계획을 밝히기로 했다.
KBS 기자협회는 길 사장이 이 자리에서 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 제작거부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내부에서는 보도본부 부장과 팀장이 이미 보직 사퇴했고, 임창건 본부장이 사표를 제출한 상황에서 이들이 제작 거부를 선언할 경우 정상적인 방송에 적신호가 켜질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의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면 KBS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무거운 결단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정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와대의 KBS에 대한 인사 개입과 보도 개입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드러난 청와대와 KBS의 민낯, 길환영 KBS 사장을 통한 인사 개입과 신종 보도지침이라 할 만한 개입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정권을 위해 충성을 다하고 있는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길 촉구한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고 사장선임 절차를 바꿔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미나 임성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