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지방선거 달구는 ‘생활임금제’] 野 “현행 임금으론 생계 위협” 與 “최저임금제 무력화”

입력 2014-05-19 02:15


생활임금이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들은 생활임금제 도입을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누리당은 당론 차원의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반대 기류가 강하다.

18일 현재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노동당 등 야당들은 생활임금제 도입을 지방선거 공통 공약으로 채택했거나 검토 중이다. 생활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문화적 생활을 가능케 할 목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한다.

현재 서울 노원·성북구, 경기도 부천시가 실시하고 있다.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보다 30∼40% 정도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적용 대상은 지방자치단체 및 출연·출자 기관의 소속 근로자다. 성북구는 소속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143만2492원으로 정했다. 근로자 급여가 이보다 적으면 구 예산으로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환경미화원 등 지자체 소속 저임금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게 된다. 부천시는 소속 근로자 400여명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하는 데 예산 1억8000만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야권과 노동계는 현행 최저임금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매년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되면서 최저임금을 만족할 수준으로 인상하지 못하자 지자체 조례 및 행정명령으로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이다.

야권은 지자체에서 생활임금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결국엔 민간부문까지 확산돼 저소득층의 생활수준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생활임금제 도입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마뜩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부천시가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할 때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새누리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생활임금제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근로자의 상황을 모두 고려한 최저임금제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유일호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대부분의 지자체가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재원 대책도 없이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공약”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 온 재계도 한계기업 도산, 경영악화 등의 이유로 생활임금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생활임금제가 지자체 소속 근로자를 적용 대상으로 삼다 보니 공공부문 근로자와 민간부문 근로자들의 임금 차별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제처는 지자체가 위탁 업무를 맡은 근로자들의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조례안에 대해 “자치단체와 계약을 맺는 상대의 이익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지방계약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근거 법률 없이 지자체 조례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부분도 약점으로 꼽힌다.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김경협 의원 대표 발의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개정안에는 지자체가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포함됐다.

생활임금제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1994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노동조합과 지역사회 단체들이 주도해 자치단체 차원의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했다. 지방정부와 거래관계를 맺고 있거나 재정지원을 받는 민간업체는 연방정부가 정한 법정 최저임금보다 50%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이후 미국의 여러 도시로 생활임금 조례 제정이 확산됐다. 최근 영국 노동당은 근로자들이 생활임금을 지급받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