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입 냄새 “안녕∼”… ‘말도 못하는 고통’ 구취 해결 이렇게

입력 2014-05-18 22:44


‘그 친구, 입 냄새가 나는데, 이걸 알려야 하나? 괜히 상처받는 건 아닐까?’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고민거리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냄새를 자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에서 귀띔해주지 않으면 오랫동안 그런 상태가 방치될 수 있다. 입 냄새는 자칫 타인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이 좋다. 대인관계의 ‘은밀한 적’ 입 냄새 퇴치법에 대해 알아보자.

◇원인은 대부분 입안에 있다=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구취클리닉 박희경 교수는 “입에서 나는 냄새를 줄이는 데 있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해결책은 입안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습관”이라고 말했다.

아침에 기상 후 입 냄새가 나는 건 자는 동안 침이 적게 나오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침이 적으면 세균이 혀와 치아 표면에서 빠르게 증식된다. 밤새 고여 있던 침의 산도가 높아지면서 입안에 남아 있던 음식물 찌꺼기나 잇몸의 단백질을 부패시키는 것도 원인이다. 이는 일어나자마자 바로 칫솔질을 하는 것으로 대부분 해결된다.

박 교수는 “그런데 입 냄새 나는 사람들의 25∼30%는 입안에 다른 문제가 있기 때문일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안에 발생하는 질환은 대부분 입안에 살고 있는 유해 세균 때문에 생긴다. 이 세균들은 입 속에서 단백질을 분해하며 휘발성 황 화합물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바로 지독한 입 냄새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 혀에 백태가 쌓이는 경우나 입안이 잘 마르는 구강건조증도 구강 내 질환과 잇몸질환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 역시 입 냄새를 일으킨다.

어느 순간부터 입 냄새가 나는 걸 느꼈다면 구내염과 잇몸병, 구강건조증을 의심해 적절한 치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식습관도 구취와 밀접한 관계=다이어트로 끼니를 자주 거르거나 금식을 자주 하는 사람도 입 냄새가 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할 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을 과다하게 섭취하게 되면 탄수화물 대신 지방이 분해 되면서 냄새를 유발하는 케톤이라는 화학물질이 생성된다. 이 케톤이라는 물질이 호흡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면 특유의 입 냄새를 풍기게 된다. 이때는 가벼운 식사나 과일 주스를 섭취하는 것만으로 입 냄새를 줄일 수 있다.

자극적인 음식도 구취에 한 몫을 한다. 우리가 먹은 음식 중 위와 대장을 통해 소화된 대사물질은 피 속으로 흡수돼 숨 쉴 때 밖으로 배출된다. 양파와 마늘, 술, 향이 강한 음식을 먹은 후 양치질을 해도 냄새가 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당뇨병, 신장질환과 같은 병이 있어도 입 냄새가 난다. 당뇨병이 심하면 달콤한 과일냄새 같은 아세톤향의 냄새가 날 수 있다. 신부전에 의한 요독증이 있으면 숨 쉴 때마다 소변냄새나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 간경화증 환자의 경우 입에서 계란 썩는 냄새가 나기도 한다.

비타민 부족, 철분이나 아연 등의 무기질 결핍증도 입을 마르게 해 입 냄새를 일으킬 수 있다. 본인은 심한 입 냄새를 호소하지만 객관적으로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타인이 인지할 수 없는 주관적인 입 냄새는 신경성이거나 후각 이상 때문일 확률이 높다.

◇생활습관만 바로 잡아도 구취 예방할 수 있어=입 냄새는 올바른 칫솔질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방 또는 제거가 가능하다. 물론 혀를 닦는 것도 중요하다.

치실을 이용해 치아 사이에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잇몸질환이나 충치, 오래된 보철물 주변의 치태로 인한 구취는 칫솔질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므로 전문적인 치과치료를 받아야 한다.

생활 습관을 바로잡는 것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 육류 중심의 식사습관을 신선한 채소, 과일 등 저지방, 고섬유질 식사로 바꾸는 것이 좋다.

구강건조증을 유발하는 술이나 담배를 삼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 자주 마시기도 권장된다. 칫솔질이 불가능할 때 흔히 사용하는 구강세정제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한림의대 춘천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정현 교수는 “칫솔질도 잘하고, 정기적으로 스케일링도 받았으며, 치과의사의 검진을 통해 입안에 생긴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다른 신체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다”며 “정확한 원인을 가려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