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이 안전 감시자로 적극 나설 때

입력 2014-05-17 02:51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곧 국가 차원의 안전 마스터플랜이 수립될 것이다. 재난대응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고, 매뉴얼을 현장에 맞춰 정교화하는 일은 시급하다. 그렇지만 지속 가능한 안전 대책은 교육과 훈련으로부터 시작한다. 재난 매뉴얼을 아는 것보다 대응행동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일이 닥쳤을 때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머리로 따져보며 우왕좌왕해서는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쉽다. 또한 철저한 안전 의식과 안전 문화도 상당 부분 교육·훈련의 반복을 통해 정착되는 것이다.

초대형 크루즈선에 탑승하면 첫 행사가 ‘탈출’ 훈련이다. 각자 구명복을 입고 배정된 장소에 집결해 교육을 받는 것이다. 세월호 탑승객들도 이처럼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출구까지 한번 가본 기억을 갖고 있었더라면 대부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안전관련 투자도, 안전 교육도 아직은 뒷전이다. 안전과 관련한 일은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번거로움을 감내할 것을 요구한다. 안전 교육을 귀찮게 여기는 우리의 풍토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아동복지법 시행령에는 재난 대비 교육 6시간을 포함해 실종·유괴 예방, 교통안전 등 교육을 연간 44시간 이상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가 교사 2만15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의무시간을 지킨다는 비율이 12.9%에 그쳤다. 법은 만들어 놓았지만, 안전교육을 제대로 실행하는 곳은 찾기 어려운 것이다. 교육과 훈련의 내실화도 꾀해야 한다. 소방관, 선원, 안전 전문가 등을 학교와 기업에 정기적으로 초빙해서 교육을 시키도록 해야 한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경제성장이나 비용절감 대신 안전제일주의를 국가발전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그것 자체가 인권의 신장이라는 가치적 측면으로 봐야 한다. 또한 이런 우선순위와 가치관의 변화가 기업, 학교를 비롯한 사회 각 부문에도 전파되도록 시민사회와 종교계 및 노동조합 등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정부, 기업, 시민 등 모든 안전 주체들이 상호협력을 통해 자율적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