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한 달] “세월호는 내탓” 회초리기도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입력 2014-05-15 18:54 수정 2014-05-16 17:01
“휘이익. 탁! 탁! 탁!”
서울 삼각산(북한산) 싸리나무로 만든 손가락 굵기의 50cm 회초리가 70∼90대 원로목사들의 다리에 닿을 때 나는 소리는 둔탁했다. 20여명의 원로목사들은 강단에서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자신의 다리에 회초리를 힘껏 내리쳤다. 회초리가 닿은 다리에는 불그스레한 줄이 그어졌다. 안경 너머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 촉촉한 눈동자가 보였다. 희끗한 머리에 구부정한 자세로 회초리를 6대씩 내리치는 노(老) 목회자들의 침통한 모습이 안쓰러웠다.
한국교회를 시작으로 ‘나부터 회개합니다’ 운동이 시작됐다. 한국기독교원로목사회와 한국범죄예방국민운동본부는 15일 서울 김상옥로 한국교회100주년 기념관에서 ‘회초리 기도회’를 열고 세월호 참사와 한국교회의 영적 침체가 원로목회자들의 잘못 때문이라고 참회했다.
메시지를 전한 최복규 한국기독교원로목사회 대표회장은 “철저하게 죽음을 각오하고 ‘하나님 제가 먼저 죽겠습니다’라는 각오 없이는 이 나라를 절대 바로 세울 수 없다”면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낮은 자세로 철저하게 죄고백을 하고 자신을 씻어 제단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임원순 한국범죄예방국민운동본부 이사장은 “세월호 참사가 한국교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이 사건은 돈과 권력으로 물든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면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주의 종들이 통성으로 기도하고 통회자복할 때 이 땅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이사장은 “한국교회의 잘못이 바로 우리의 탓이라고 가슴을 칠 때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라며 “제2의 하디선교사, 길선주 목사가 되자”고 호소했다.
200여명의 참석자들은 주기철 목사가 작사한 ‘서쪽 하늘 붉은 노을’을 찬양하며 비장한 자세로 합심기도를 시작했다. 대부분 고령이라 힘에 부쳤는지 손을 번쩍 들지 못하고 가슴높이 밖에 올리지 못했다.
특별기도자로 나선 한국기독교원로목사회 강만원 방관덕 고희집 이상모 목사는 세월호 참사의 원만한 수습과 대한민국의 안전 불감증을 개탄하며 부르짖었다. 참석자들은 기도 중간에 “주여!” “아버지!”를 외쳤다.
이날 자신의 다리에 회초리를 내리친 림인식(90) 서울 노량진교회 원로목사는 “세월호 참사 때 배안에 갇혔던 어린 생명을 하나도 건져내지 못했다는 게 가슴 아프고 비통하다”면서 “우리의 잘못 때문에 그만 어린 생명을 희생시켰다는 생각에 매라도 맞자는 생각에서 회초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림 목사는 “1950년 한국전쟁 때도 가슴이 많이 아팠지만 세월호 참사를 겪은 2014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비통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우리의 죄, 한국교회를 위해 애통해하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고 말했다.
회초리 기도회는 앞으로 경남 창원, 대구 등 전국 16개 시·도를 돌며 진행된다. 한국범죄예방국민운동본부 총재 강지원 변호사는 “한국교회가 더 이상 분열하고 부패해선 안 된다”며 “우리의 회개가 하나님의 권능의 손을 움직여 한국교회와 조국 대한민국을 구원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유영대 백상현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