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당국, 이번엔 하나은행장 성과급 태클

입력 2014-05-15 02:10


금융 당국이 이번에는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성과급을 문제 삼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자 부랴부랴 성과급부터 챙겼다는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17일 김 행장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 임원 약 50명을 대상으로 2011년 경영 실적에 따른 성과급 50억원을 일괄 지급했다. 성과급 지급 결정은 금융 당국이 김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하기 전날인 지난달 16일 저녁에 이뤄졌다.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대표 시절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 회장의 지시를 받고 옛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손실을 낸 사건으로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았다.

김 행장 측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른 성과급 수령이며, 징계를 염두에 두고 지급 시기를 조절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중징계를 사전에 통보받은 시점에 성과급부터 챙긴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정해진 법규에 따라 중징계가 통보된 상태에서 성과급을 받았다면 도덕적인 면뿐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번 검사를 벌인 사안을 다시 검사해 징계 수위를 높이고, 이례적으로 징계 내용을 서둘러 공개한 데 이어 성과급까지 문제 삼자 금융권에선 금융 당국이 김 행장의 퇴진을 다시 한 번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선 하나금융에 대한 금융 당국의 압박을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수난’과 연관짓는 시각도 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 임원은 “하나금융 계열 외환은행장으로 있던 모피아 출신 윤용로 전 행장의 연임이 무산된 후 금융권 모피아에 하나금융이 ‘미운털’ 박힌 게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최근 들어 모피아 출신 인사들이 점령하던 시중은행과 금융기관 수장에 내부 출신이 잇따라 임명되자 시중에는 모피아 전성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