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心보다 “될 사람 밀자”… 정몽준, 민심·당심 모두 압승
입력 2014-05-13 03:32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정 후보는 민심과 당심에서 모두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크게 따돌리며 압승을 거뒀다.
정 후보는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선출대회에서 현장 투표(대의원 20%, 당원·국민선거인단 각 30%)와 여론조사(20%)를 표로 환산해 합친 총 4497표 가운데 3198표(71.1%)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김 전 총리는 958표(21.3%), 이혜훈 최고위원은 341표(7.6%)에 그쳤다.
정 후보는 여론조사는 물론 현장 투표에서도 크게 앞섰다. 유효투표(3598표) 중 2657표(73.8%)의 ‘몰표’를 받아 김 전 총리(724표)와 이 최고위원(217표)을 여유 있게 제쳤다. 여론조사에서도 60.2%(환산표수 541표)의 지지율을 기록해 김 전 총리(26.0%), 이 최고위원(13.8%)과 격차를 벌렸다.
정 후보의 압승은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을 반드시 탈환하겠다는 당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 중 유일하게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시장을 앞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당직자는 “경선 막바지에 ‘될 사람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경선 분위기가 크게 달아오르지 않았던 점도 정 후보에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반면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김 전 총리는 현장 투표에서 예상외로 저조한 득표율을 보였다. 출마 선언이 너무 늦었던 데다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로 선거운동이 중단돼 추격할 기회마저 놓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남도지사와 대구시장 경선에서 불붙은 ‘비박’(비박근혜)의 선전이 서울시장 경선에서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제 남은 건 본선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정 후보는 박 시장에 10% 포인트 이내에서 뒤지고 있다. 정 후보는 ‘일복 터진 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박 시장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정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박 시장은 대부분 경력이 시민단체 활동이라 감시하고 잔소리하는 건 잘하지만 큰 결정은 직접 안 해봤기 때문에 사업이 전혀 안 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또 “경전철 등 중요한 사업을 전부 지체시켰는데 이는 관련법 위반이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책임을 숨기고 얼버무리면 그게 ‘세월호 사고’와 뭐가 다른가”라고 공격했다.
정 후보가 본선에서 ‘재벌 대 서민’ 구도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면 야권에서 현대중공업 주식 백지신탁 문제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정 후보는 이에 대해 “법대로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절차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건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4년을 열심히 일하면서 서울 시민과 함께 임기를 마치겠다”고 답했다. 수락연설 도중 막내아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미개한 국민’ 글에 대해 사과하면서 말을 잇지 못하고 펑펑 울기도 했다.
권지혜 김동우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