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브네 ‘개념미술’ 감상하세요… 6월 15일까지 개인전
입력 2014-05-13 02:35
조각은 휘갈긴 낙서 같고, 그림은 복잡한 수학공식 같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에서 6월 15일까지 개인전을 여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조각가이자 개념미술가인 베르나르 브네(73)의 작품이 그렇다. 국립현대미술관(2007)과 서울시립미술관(2011)에서의 대규모 회고전 이후 갖는 한국전시에서 그는 철제 부조 ‘그립(GRIB·아래 사진)’ 연작과 회화·드로잉 등 30여점을 내놓았다.
2011년 시작한 ‘그립’ 연작은 수백장의 종이 위에 휘갈기듯 낙서를 한 뒤 마음에 드는 몇 장을 골라내고 이를 확대해 철판에 옮겨 잘라낸 작품이다. 기존 작품 ‘비결정적인 선’의 연장선에 있지만 곡선이 제멋대로다. 작가는 지난 7일 간담회에서 “자유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스케치를 하면서 일부러 눈을 감고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조각가로 유명하지만, 초기작업은 타르나 골판지 등 공업용 재료를 이용한 회화였다. 수학공식과 삼각함수 등을 화면에 옮긴 ‘방정식(Equation)’과 ‘포화(Saturation·위쪽)’ 연작은 “이게 무슨 미술이냐”는 비판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미술가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사람”이라며 “모든 영역을 활용해 미술의 지평을 넓혀 나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작품에는 수많은 수학공식이 활용되지만 작가 자신도 잘 모르는 공식들이다. 그는 “내가 이 공식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세잔도 수많은 나무를 그렸지만 나무 전문가는 아니지 않느냐”며 “관람객들도 작품이 무얼 말하는지 알지 못해도 되고 이해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립’ 연작을 바탕으로 한 드로잉도 처음 공개된다(02-2287-3500).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