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없는 단순 통증땐 ‘해열 진통제’ 먹어야 위 보호
입력 2014-05-13 02:04
진통제만큼 가정에서 많이 찾는 약이 또 있을까. 일상생활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두통·치통·생리통 또는 근육통 때문에 집집마다 진통제 하나쯤은 챙겨놓게 된다.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비상시에 대비해 ‘어린이용 해열진통제’ 상비는 필수다.
일반적으로 ‘진통제는 다 똑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성분에 따라 통증에 작용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각자 증상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는 걸까.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구성원별 올바른 진통제 복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속 쓰린 아빠 엄마,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 구별해야=위장이 약하면 진통제를 복용하지 말라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위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진통제를 복용하면 된다. 진통제는 크게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로 나뉜다. 진통제를 먹고 속이 쓰렸던 경험이 있다면 후자를 복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부프로펜 같은 소염진통제는 말초 조직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을 차단해 염증을 없애주는 ‘소염작용’을 한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위벽 보호 역할도 해 이를 차단하면 위점막 손상 위험이 높아진다.
이병구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한국임상약학회 회장)는 “소염작용이 필요 없는 통증이나 통증 없이 열만 있으면 위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진통제가 적합하다”며 “근육염이나 치은염 등으로 소염진통제를 복용해야 할 경우나 평소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의·약사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타이레놀은 대표적인 해열진통제로 공복에도 복용할 수 있다. 위장장애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복에 복용하지 말고, 차가운 물보다 미지근한 물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 해열진통제, 아이 ‘연령·몸무게’ 꼭 살펴야=해열제는 그 성분에 따라 영아부터 복용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의 ‘어린이 타이레놀 현탁액’은 생후 4개월부터 먹일 수 있다. 반면 이부프로펜 성분의 ‘부루펜 시럽’은 생후 6개월부터 먹일 수 있다. 단, 생후 3개월 미만 아기에게는 임의로 해열제를 먹여선 안 된다. 또 어린이는 어른과 달리 같은 연령이라도 체중에 따라 해열제 복용량 기준치가 다르다.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일 때는 반드시 ‘몸무게’를 확인해야 한다. 어린이 타이레놀 등의 제품 겉면에 몸무게에 따른 용법과 용량이 표시돼 있으므로 이를 잘 숙지해 복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 해열제의 복용 간격은 보통 4∼8시간 정도이며, 해열제는 일반적으로 한 가지만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임산부, 고열과 통증 참으면 도리어 위험=가임기 여성이나 임신부의 약 복용은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참기 어려운 통증이 있거나 열이 심하게 난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약을 먹기도 한다. 무턱대고 통증을 참으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돼 건강 리듬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 중 38.9℃ 이상의 고열은 태아에게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조연경 차의과대학교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 진통제는 임신기간에 상관없이 임신 중이나 수유 중에도 의학적 판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며 “다만 임신 또는 수유 중에는 복용 전에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가능한 한 짧은 기간 동안 권장량을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