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목사의 시편] 어린이와 스마트폰
입력 2014-05-12 02:09
한 교육기업에서 초등학생 4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6%가 스마트폰을 선물로 받고 싶다고 답했다. 그럼 아이의 소망대로 스마트폰을 사줘도 좋을까.
스마트폰이 아이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미국소아학회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등 전자매체를 2세 때까지는 접하지 않게 하라고 권고한다. 2세 이하에 영상을 자주 접한 아이들은 자폐적 성향, 언어발달 지연, 정서조절 문제 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심각하다. 2013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만 0∼5세 영유아 10명 중 5명이 3세가 되기 전인 평균 2.27세에 스마트폰을 처음 접했다. 이 중 54.5%가 0∼2세에 접했고, 매일 1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만지는 영유아의 비율도 9.5%나 됐다. 왜 그럴까.
사회적 분위기로 유추해볼 때 부모들의 ‘여유시간’ 확보를 위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집에 손님이 오거나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스마트폰을 쥐어주다 보니 점점 더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이다.
일본의 뇌신경학자 모리 아키오 교수는 ‘게임: 뇌의 공포’라는 저서에서 10세 전에 게임 등 전자매체에 자주 노출되면 본능을 관장하는 변연계가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통제를 벗어나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스마트폰 등 전자매체에 노출시키지 않고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은 부모가 자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전자매체와 달리 독서가 아이들의 정서와 지능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아이들이 독서 습관을 갖는 데는 부모의 역할이 지대하다.
뇌신경계에 신호를 전달하는 세포인 뉴런을 감싸고 있는 ‘마이엘린’이라는 피막이 있다. 일종의 ‘뇌의 전기피복선’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두꺼워질수록 뉴런을 통해 전기신호가 잘 전달되기 때문에 뇌가 발달한다. 청각신경을 감싸는 마이엘린은 임신 6개월 때부터, 시신경은 생후 6개월 때부터, 그리고 감각 및 운동 부위는 5세가 되기 전까지 모두 마이엘린화가 된다. 즉 뇌의 발달은 5세면 어느 정도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5세 때까지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면 언어와 사고를 관장하는 마이엘린이 발달하게 된다. 그런데 이 시기에 자녀에게 끈기 있게 책을 읽어줄 사람은 부모 외에는 없다.
바울은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엡6:4)”고 했다. ‘노엽게 하다’라고 번역된 헬라어 ‘파로르기조(parorgizo)’는 ‘분노하다’는 뜻의 ‘오르기조마이(orgizomai)’와 ‘∼옆에’라는 뜻의 ‘파라(para)’가 합쳐진 단어다. 스마트폰을 어린 자녀에게 주는 것은 분노를 일으키는 물건을 아이들 옆에 그대로 두는 것이다. 스마트하게 자녀를 키우려는 욕심이 아이를 망칠 수 있다.
<거룩한빛광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