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재산 73조원 추정”… 美, 실체 추적 나섰다
입력 2014-04-29 00:20 수정 2014-04-29 04:01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들이 해외로 빼돌린 재산을 추적 중이라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의 재산은 최고 7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해 1억원 정도 버는 푸틴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모을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미국은 푸틴의 재계 측근들이 재산을 대신 불려주고 있다고 본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푸틴과 가까운 인물 위주로 대상에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표적 인물이 지난달 제재 대상에 오른 볼가그룹 겐나디 팀첸코 회장이다. 팀첸코는 세계 4위 석유거래 업체인 스위스 군보르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당시 미 재무부는 “푸틴이 군보르에 투자했고 군보르가 그의 사금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자 기사에서 미국이 푸틴 측근을 제재하는 건 푸틴이 재산을 어디 숨겼는지 알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푸틴 재산 추적의 단서로 거론되는 인물은 우크라이나 재벌 드미트리 퍼태시다. 그는 지난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체포됐다. 퍼태시는 과거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과 가스공급 계약을 중개하며 러시아의 돈세탁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그를 통해 푸틴의 측근들이 자금을 어떻게 해외로 빼돌려 왔는지 파악했을 것으로 본다.
미 백악관은 이날 아시아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재무부 명의의 성명을 통해 러시아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푸틴의 최측근 전·현직 관료 7명과 러시아 기업 17곳에 대해 자산 동결 및 미국비자 발급 중단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측근 가운데서는 러시아 에너지담당 부총리이자 국영 에너지기업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회장이 눈에 띈다. 그는 푸틴의 금고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FP통신은 “러시아 경제에 영향을 주는 이들에 대해 타격을 주면서 푸틴의 돈줄을 옥죄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도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28개국 대사회의에서 자산동결 및 여행금지 등 제재 대상자 명단에 러시아 인사 15명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명단은 29일 EU 집행위원회 관보에 공시될 예정이다.
서방 정보기관이 추산하는 푸틴의 자산은 400억 달러(41조6000억원)∼700억 달러(72조8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푸틴의 공식 연봉은 367만2208루블(1억679만원)이다. 연봉을 한 푼도 안 쓰고 저축해도 400억 달러를 모으려면 40만년 이상 걸린다.
러시아가 해외로 불법 유출한 자금도 2012년 한 해에만 520억 달러로 알려졌다. 푸틴 측근들이 러시아 경제를 쥐락펴락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중 상당수가 그들의 재산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영국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도와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측근들이 지난 수년간 해외로 빼돌린 재산을 추적할 계획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그러나 제재 효과는 미지수다. FT는 러시아 신흥재벌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자산을 런던 부동산 시장에 숨기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런던 부동산 시장에 흘러온 러시아 자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늘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