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종민] 나고야의정서 적극 활용하려면

입력 2014-04-29 02:23


인류는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자원을 이용해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의약품 등을 확보해 왔다. 특히 생명공학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식물, 동물, 미생물 등 생물자원과 이를 활용한 지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자유롭게 이용하던 다양한 생물자원과 전통지식을 활용한 기술개발 및 그 산업적 활용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2010년 10월 채택된 나고야의정서(ABS)가 그것이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생물자원의 다양성을 유지·보존하되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을 인정하고, 생물자원의 개발과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이해당사자 간에 공평하게 공유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생물자원 이용을 둘러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 이해 대립을 조정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풍부한 생물자원을 보유한 개발도상국과 뛰어난 생명공학기술은 있지만 생물자원이 필요한 선진국 양자 간의 이해관계가 타협돼 나타난 결과다.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될 경우 협약 당사국들은 그 이행을 위한 입법적·행정적·정책적인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유관 부처에서 다양한 입법조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자원 이용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신중하고도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생물자원은 생명공학 연구의 필수 소재이며, 생명공학산업의 성장동력이자 경쟁력 확보의 핵심 원천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생물자원 보유 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생물자원을 이용한 연구 결과의 활용도 아직 낮은 실정이다. 따라서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국제 협약을 준수하면서도 국가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에서 입법적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첫째, 부처별로 시행하는 관련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수의 부처들이 생물자원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정책을 제각기 무분별하게 추진할 경우 중복적이고 상충될 우려가 있다. 특히 법령을 정비하면서 종래의 법률체계와 상호 조화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2007년 범부처 간 협의를 통해 ‘국가 생명자원 확보·관리 및 활용 마스터플랜’이 수립됐고, 그에 따라 2009년에는 ‘생명연구자원 확보·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바 있다. 정책의 연속성과 통합성을 고려할 때 기존의 계획 및 법률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 추진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둘째, 생명공학기술의 개발 및 활용에 관한 입법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생물자원은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그것을 이용한 연구 결과로서 나타난 기술의 가치 및 이를 활용한 산업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생명공학의 연구·개발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지적재산권 확보, 관련 기술 보호 등에 필요한 입법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셋째, 관련 입법 추진 시기와 관련해서도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을 제공하기보다 자원을 이용하는 비중이 더 클 것이다. 관련 입법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개발도상국 등 자원 보유국의 입법 동향과 내용들을 면밀히 고려하면서 단계적으로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관련 제도 정비에 신경 써야 한다. 국내 생물자원 정보의 관리, 생명공학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첨단 생명공학기술의 대외유출 방지, 생물자원의 이용과 관계된 국제 공동연구의 수행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생물자원을 바탕으로 하는 생명공학기술의 연구·개발과 산업적 이용 활동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곧 다가올 생물자원전쟁과 바이오경제시대를 대비하고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익을 고려한 입법적 대응전략 마련이 중요한 시점이다.

윤종민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