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시아나는 샌프란시스코 사고 벌써 잊었나
입력 2014-04-28 02:11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 반드시 몇 차례의 징후가 있다는 ‘하인리히법칙’은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크고 작은 이상조짐들을 무시한 결과가 수백명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는 참사로 이어지고 있음을 온 국민이 목도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승객 242명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엔진 이상 경고를 무시하고 4시간이나 더 비행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지난 19일 오전 8시50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사이판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이륙 1시간 후쯤 조종석 모니터에 ‘왼쪽 엔진의 오일필터에 이상이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떴다. 하지만 조종사와 아시아나항공 통제실은 이상이 없다며 4시간을 더 비행한 뒤 사이판에 도착했다고 한다. 결국 엔진오일에서 기준치가 넘는 쇳가루가 발견돼 해당 엔진을 교체했다. 다행히 사고가 안 났기에 망정이지 어쩔 뻔했는가. 200명이 넘는 승객의 목숨을 걸고 4시간이나 비행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와 이를 허가한 운항통제실의 배짱이 놀랍다. 승객의 안전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려다 지면과 충돌해 3명이 사망하고 180여명이 부상하는 사고를 냈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승무원들의 침착한 구조 활동이 인명 피해를 줄였을 뿐이다. 샌프란시스코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채 안 됐고, 세월호 참사를 눈앞에서 보면서도 안전의식이 이 정도라면 심각한 문제다. 아시아나항공은 국토교통부에 “경고 메시지가 사라져 계속 운행했다”고 거짓 보고까지 했다. 기체에 이상이 있으면 회항해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눈속임까지 하는 항공사를 이용할 수 있겠는가.
국토부는 조종사에게 자격정지 30일, 아시아나항공에 해당 노선 운항정지 7일이나 과징금 1000만원의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수백명의 목숨을 담보로 한 ‘도박’치고는 너무 관대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부산을 떨 게 아니라 미리미리 안전을 점검하고 1000만분의 1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것이 사고를 줄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