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협 지속” 판단…미지근하던 美 1년 만에 급변
입력 2014-04-26 04:01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양국 안보 사안 중 가장 큰 현안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 재검토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말 취임하기 전부터 “전작권 전환 시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미국은 지난해 5월 박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때도 “고려해보겠다”는 정도의 답변만 내놓은 채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 왔다. 그러나 1년 만에 미국의 스탠스가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우리 측의 안보상황 우려에 깊은 공감을 표시하면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재조정하기로 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뒤 오바마 대통령이 “전작권 전환 시기를 다시 한 번 의논하기로 했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시기와 조건은 (양국) 국방 당국이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국이 이 같은 합의점에 이른 것은 당장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 위협이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북한발(發) 군사도발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공통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양국 군과 국방 당국은 수차례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전작권 전환 시기 재검토 문제를 협의해 왔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지난해 한 차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만나 우리 측이 전작권 전환 시기 재검토를 요청하는 이유를 미국 측에 상세하게 전달한 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노무현정부 당시 한국 측이 먼저 제기해 합의했던 전작권 전환 시기를 이명박정부 들어 한 차례 연기해준 데다 현 미국 정부의 재정 여건상 전작권 전환 시기를 재검토하면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은 이번에 한국의 전환 시기 재검토 요청을 사실상 수용하는 대신 한국형 미사일 방어시스템(MD) 운용성 개선과 한국군의 정보·감시·정찰·무기체계 개선이란 ‘이익’을 얻어냈다. 한국형 MD 구축을 위해서는 미국산 패트리엇3 미사일 수입이 반드시 필요하며 한국군 전력 강화에도 미국산 첨단 무기들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양국은 차후 국방 당국 간 협상을 통해 전작권 전환 시기 재검토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군 당국에서는 2020년대 초반으로 전환 시기가 연기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군 지휘체계를 전면 재편성하고 군 전력의 재배치를 완수하려면 이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인 협상은 오는 10월 양국 국방부 장관이 만나는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전작권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했을 경우 병력·물자를 동원해 전쟁을 수행하는 권한을 의미한다. 우리 군의 작전통제권은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당시 이승만 대통령 요청으로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넘겨졌다가 종전 이후에도 유엔군 사령관이 갖도록 됐다. 이후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면서 유엔군 사령관이 갖고 있던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이양됐다가 1994년 12월 평시작전통제권만 한국군에 넘겼다.
한편 한·미 정상은 한·미·일 3국 간 군사정보 공유를 위한 협정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3국 간 정보 공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