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기리는 시간으로..." 오바마 제의로 묵념
입력 2014-04-26 03:01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세월호 침몰 사고 사망자·실종자들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슬픔에 빠진 우리 국민의 정서를 감안해 한·미 정상회담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업무만찬 등 행사도 간소하게 치러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우리의 만남을 사고의 실종자와 사망자들을 기리는 그런 시간으로 먼저 시작했으면 한다. 이들을 위해 잠깐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민들이 깊은 비탄에 빠져 있는 시기에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박 대통령님과 한국 정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의 동맹국으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나는 미국민을 대표해 이런 큰 희생자와 사망자를 잃은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을 비롯한 회담 참석자들은 30초간 고개를 숙여 묵념을 했다. 자리에 앉은 뒤 박 대통령은 “사고가 난 후에 대통령께서 직접 위로의 뜻을 전해주시고 또 구조함 파견 등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셔서 우리 국민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고 있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어 “9·11테러 후에 미국 국민이 모두 힘을 모아서 힘든 과정을 극복해냈듯이 한국 국민들도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위로의 마음을 담은 징표로 사고 당시 미국 백악관에 게양돼 있던 성조기를 전달했다. 그는 삼각 나무 케이스에 담긴 성조기에 대해 “미국에는 군인이나 참전용사가 목숨을 잃었을 때 그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미국 국기를 증정하는 전통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두 딸을 가진 아버지이다. 우리 딸들의 나이가 희생당한 학생들과 거의 비슷하다”며 “지금 현재 그 부모님들의 마음이 어떤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고 거듭 위로했다. 또 안산 단원고에 전달한 백악관 목련 묘목에 대해 “목련은 아름다움을 뜻하고 또 봄마다 새로 피는 부활을 의미한다”고 소개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