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외유성 연수 떠난 공무원들

입력 2014-04-26 03:14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가운데 일부 공무원들이 해외로 외유성 연수를 떠난 것이 드러났다. 이들은 정부의 공무원 출장 자제 지침을 지키지 않아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등에 따르면 서대문구 보건소장과 구청·주민센터 직원 16명이 지난 21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자매결연한 중국 베이징 하이뎬(海淀)구로 외유성 연수를 떠났다. 지난 17일에도 구청과 산하 주민센터 직원 9명이 10박12일 일정으로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로 떠났다.

인천 동구 소속 33년 이상 장기근속 공무원 10명과 그의 가족 9명 등 19명은 지난 22일 8박10일 유럽 방문 일정으로 출국했다. 여행 경비는 1인당 450만원으로 모두 8550만원의 구 예산이 들어갔다. 이들은 정부의 출장 자제 방침과 인천시 지침을 어겼다. 시는 지난 18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관련 공문을 보냈고 구도 이들에게 여행 자제를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동두천시 5~9급 공무원 20여명도 해외연수를 떠났다. 지난 21일 16명의 공무원이 4박5일 일정으로 싱가포르 해외연수를 간 것을 비롯해 지난 24일에도 8명의 공무원들이 중국으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이들은 여행 취소 시 위약금이 크다는 이유로 행사를 강행했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간부 등 직원 15명도 지난 22일 4박5일 일정으로 해외선전지 연수에 나섰다. 이들은 2900여만원의 예산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3개국 견학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조호바루주 신도시개발계획지구와 싱가포르 친환경개발지구 견학 등 업무와 연관된 일정 이외에도 왕궁이나 회교사원 견학, 중국사원, 주롱새공원, 국립식물원 관람 등 관광성 일정도 포함돼 있다.

이들 역시 정부 지침을 어겼다. 문제가 불거지자 해외연수를 떠난 인원 일부는 25일 귀국했다. 여행 취소 시 위약금을 많이 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행사 강행 이유였다.

부산 해운대구 공무원 5명도 지난 19일 8박9일 일정으로 우수직원 포상여행을 위해 터키로 떠나 물의를 빚었고 해운대구는 여행을 떠난 간부 공무원을 직위해제하고 모두 귀국토록 조치하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는 지난 20일 공무원 16명과 제주·서귀포시 소속 공무원 4명 등 20명이 7박9일 일정으로 터키를 방문했고, 충북 단양군에서도 최근 간부 공무원 3명이 동유럽으로 부부동반 여행을 갔다.

공무원들과 사회 지도층의 외유 소식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분노가 커지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장모(31·여)씨는 “이 상황에 공무원이 외국에 나간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국민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인천·대구=정창교 최일영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