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랴부랴 점검해 봤으나 안전은 아직 없었다
입력 2014-04-26 02:21
1993년 10월 침몰 사고를 낸 서해훼리호는 최대 승선인원인 221명보다 141명이나 많은 사람을 태웠다. 화물 중량도 6.5t가량 초과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승선명단에 없는 시신이 발견됐는가 하면 화물을 상습적으로 과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선급은 지난 2월 세월호 안전검사에서 구명정 46개 중 44개가 정상이라고 진단했지만 단 1개만 펴졌다. 지난해 7월 해양경찰청과 해양수산부의 합동 여객선 안전점검에서는 13분 만에 여객선 점검을 끝냈다. 승무원들이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나 정부 당국의 부실 점검은 21년 전과 똑같다.
문제는 수백명의 인명피해를 낸 세월호 침몰 사고를 겪고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검찰은 지난 23일 해경과 해수부 등 관련 기관과 공동으로 긴급합동 안전점검반을 편성해 전국 연안 여객선들의 입출항 전 과정에서 여객·화물 관리, 입출항 실태, 안전관리, 법규 준수 여부를 점검했다. 11분 만에 177명이 개찰구를 빠져나갈 정도로 승선자 명부 작성과 확인은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비상구와 구명조끼가 있는 일부 객실은 아예 문이 잠겨 있었다고 한다. 화물 과적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화물 차량을 규정과 달리 부실하게 결박한 것도 세월호와 비슷했다고 한다.
대형 참사가 났어도 ‘나는 괜찮겠지’ 하는 안전불감증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러고도 제2, 제3의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안전 마스터플랜을 만들기에 앞서 안전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세월호 사고가 터지자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묵인해 왔던 서울∼경기 남부를 오가는 광역버스의 입석 운행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이용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하루 만에 다시 입석을 허용했다. 주먹구구식 관행이나 한순간의 방심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
아무리 법과 규정, 매뉴얼을 잘 만들어놓아도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사회 곳곳에 만연돼 있는 총체적 안전불감증을 없애는 게 내 안전을 지키고 대형 참사를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