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크리스천에게 던지는 삶의 메시지, 원칙·기본 지키고 남 배려… 우리의 삶이 바뀐다
입력 2014-04-24 03:15
“요나가 고기 뱃속에서 하나님의 계획을 깨닫고 회개하고 나온 것처럼 돌아와도 감사하고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정민이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구원받은 것에 감사합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실종된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김영삼(안산동부교회) 장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린 기도문의 일부다. “많은 크리스천들이 이번 참사를 통해 더 큰 믿음을 가지는 계기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서 올리게 됐다”는 그의 기도문은 인터넷 등으로 퍼져나가며 신앙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 분노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세월호 침몰 참사는 목회자부터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크리스천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묻게 만들고 있다. 일상 속 작은 변화는 물론 영적 각성에 대한 다짐과 각오도 눈에 띈다.
‘내가 학생들과 함께 컴컴한 세월호에 갇혀 있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김정현(동두천 동성교회) 목사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줄곧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다. 그는 “어떤 학생은 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을 했는데, 나는 과연 무슨 말을 남길 수 있을까 묻게 된다”고 고백했다.
구원의 의미와 생명의 소중함도 일깨워 주고 있다. 서울 은천성결교회(구교환 목사) 장모(37) 집사는 “가족의 안전에 더 민감해지기도 했지만, ‘언제든지 죽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구원의 문제를 더 많이 묵상하고 있다”며 “나는 과연 구원받은 사람이 맞는지, 지금 나와 하나님의 관계는 어떤 관계인지 자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명성교회에 다니고 있는 이모(17)군은 “언제 불의의 사고를 겪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나 가족들에게 평소 잘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는 무엇보다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예배와 기도, 섬김의 자리로 모으고 있다.
이태영(69·서울 삼선감리교회) 장로는 “어떻게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고 이후 새벽마다 더욱 열심히 교회를 찾아 기도의 제단을 쌓고 있다”고 전했다. 김선아(35·여·서울 소일교회)씨는 “그동안 고통 받고 있는 이웃에 대해 다소 무심했다”면서 “앞으로는 조금이나마 더 적극적으로 찾아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일부 선원들의 행태는 반면교사로 다가온다. 정직과 원칙, 책임, 배려, 희생이 우리 사회는 물론 교회 공동체에서도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되새겨주고 있다고 교회 지도자들은 말한다.
미래목회포럼 이사장 오정호 대전새로남교회 목사는 “좋은 지도자는 ‘신뢰’를 주는 사람이고, 그 신뢰는 지도자가 높은 도덕성을 보일 때 생기는 것인데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히브리서 12장에는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라’는 말씀이 나온다. 예수님은 리더로서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시고 목숨까지 내놓으셨다”면서 “예수를 믿는 크리스천들은 필히 책임감을 갖고,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찬 최승욱 이사야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