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급변침 원인은… 조타기 이상? 화물결박 부실? 판단 착오?
입력 2014-04-21 03:58 수정 2014-04-21 20:42
여객선 세월호는 지난 16일 사고 직전 왜 서남쪽으로 급격히 방향을 꺾었을까. 당시 세월호 전방에는 암초나 다른 선박, 어망 등 충돌을 우려할 만한 위험 요인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원인 규명의 핵심인 여성 항해사가 그 이유에 대해 입을 다물면서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48분37초 병풍도 인근 해상에서 오른쪽으로 급선회했다. 세월호는 인천항을 출발해 135~137도 침로(針路)로 운항해 왔다. 사고 지점 부근에서 141도 방향으로 변침(變針·선박 진행 방향을 바꾸는 것)하면 제주를 향하는 항로를 타게 돼 있었다. 5도 정도만 틀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세월호는 9분여에 걸쳐 무려 115도를 돌았다. 비상상황에서만 시행한다는 전타(全舵·조타기를 최대인 35도로 꺾는 것)보다 몇 배나 큰 각도다. 이 때문에 당초 세월호 앞에 거대 부유물이 갑자기 등장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조타실에서 선박을 조종한 3등 항해사 박모(26·여·구속)씨와 조타수 조모(55·구속)씨는 합수부 조사에서 “전방에 충돌 위험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규정대로 변침을 지시했다”고 주장했고, 조씨는 “항해사 지시에 따라 타(舵)를 돌렸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돌아갔다”고 했다.
조씨의 주장대로라면 사고 당시 조타 장치에 이상이 생겼을 수 있다. 지난 1일 작성된 세월호 수리신청서에도 ‘조타기 운항 중 No Voltage(무전압) 알람이 계속 들어와 차상전원 복구 및 전원을 리셋하며 사용 중이나 근본적 원인은 해결치 못했다’고 기록돼 있다. 침몰 2주 전까지 조타기 결함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심재설 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 박사는 “인천항을 빠져나올 때 급격한 변침 상황이 많았는데 이상조짐이 없다가 사고 해상에서 갑자기 고장이 났다는 것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화물의 부실한 결박이 급선회의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 급격한 변침 때문에 화물이 이탈한 것이 아니라 애초 잘못 적재됐던 화물이 항로 변경 시 한쪽에 쏠리면서 선박의 균형을 무너뜨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사고 해역의 조류 상황에 대한 항해사의 판단 착오도 결정적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월호는 16일 새벽 진행 방향과 같은 남동 방향 조류를 타고 운항했다. 그런데 오전 맹골수도 인근의 조류 방향은 8시38분부터 북서쪽으로 바뀌었다. 신참 항해사가 조류 방향을 잘못 읽고 선박 항로를 과하게 오른쪽으로 꺾었을 수 있다. 합수부 관계자는 20일 “조타수나 항해사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목포=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