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野도 협력해 위기 극복방안 모색하라
입력 2014-04-21 02:01
여야 정치권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6·4지방선거 운동을 중단한 채 눈치만 보고 있다. 특히 여야 지도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현장을 방문했다가, 혹은 트위터에 사고 관련 글을 올렸다가 봉변을 당한 후로는 모두 납작 엎드린 형국이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산소통 메고 구조 활동을 할 계획이 아니라면 정치인들의 현장 방문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대형 사고에 결국 정치권의 책임도 작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 선에서 그치면 곤란하다. 제때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국회의 임무인 만큼 정치권은 이번에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드러난 안전상의 문제점들을 뜯어고칠 종합적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선거운동과 정쟁을 자제키로 한 애도정국 기간을 활용해 다시는 이런 참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금 국회에는 민생 관련 법안들만 낮잠 자고 있는 게 아니다. 19대 국회 들어 발의된 22건의 선박 안전운항 관련 법안 가운데 64%(14건)가 표류하고 있다.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해 교통관제 통신을 의무적으로 청취토록 하는 ‘선박 입출항법’과 사고 발생 때 가해 선박의 선장이나 승무원이 구호활동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하는 해상 뺑소니를 막기 위한 ‘선박교통사고처리 특례법’ 등은 그 일부다.
정치권은 안전규정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뻔한 대응책을 넘어서서 근본적인 안전 대비 인프라 구축과 관행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전국 여객선의 안전도, 선원과 승객에 대한 안전교육 이행 실태, 구명장비의 노후도, 안전규정 준수 실태 등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6·4지방선거를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생존자 수색작업과 선체 인양에 수개월이 걸린다면 지방선거와 시기가 겹쳐 선거에 관심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이 역시 여야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볼 사안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구멍 난 안전 인프라를 재점검하고 새로 정비하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