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세월호 비극 돈벌이 이용 유명 아웃도어 십자포화
입력 2014-04-21 02:20 수정 2014-04-21 08:47
[친절한 쿡기자]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가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사고를 영업에 활용했다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습니다. 뒤늦게 사과했지만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는 이 브랜드의 한 대리점으로부터 받은 판촉행사 문자메시지를 촬영한 사진이 올라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문자메시지는 일단 사고의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실종자에 대한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문구로 시작합니다.
“무사히 돌아오길… 부디… 지금 애타게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계실 가족들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합니다만, 함께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하는 온 국민의 바람과 기도가 더해져, 제발 무사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게 영업을 위한 목적이라고 해도 희생자와 실종자에게 보내는 애도와 응원이었다면 문자메시지를 받은 고객도 문제를 삼지 않고 넘어가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지만 문자메시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죠.
“더 늦기 전에 지금 내 옆에 있는 가족·친구·동료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어떨까요. 고객님.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20·40·60·80·100만원 이상 구매 시 2·4·6·8·10만원 즉시 할인….”
문자메시지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한 네티즌은 “나라가 어지러울 때 이런 홍보성 문자메시지를 보내야 하느냐”며 열을 올렸습니다. 다른 네티즌도 “소름이 돋는 상술” “비극도 마케팅에 활용하는 시대” “상업 윤리는커녕 최소한의 도덕성조차 보이지 않는 판촉”이라고 비난했죠. 문제의 브랜드는 본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비난 여론은 20일까지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비단 이 브랜드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실종자 가족과 악수만 하고 서둘러 떠나는 정치인들의 뻔한 현장시찰과 이 브랜드의 대리점이 발송한 것과 전혀 다를 게 없는 6·4 지방선거 후보자의 문자메시지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눈치가 없는 것일 수도 있고, 사람들에게 각인부터 하고 보겠다는 전략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국가적으로 불거진 비극을 놓고 돈을 벌 궁리를 하거나 유권자를 끌어 모을 구상만 하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