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목사의 시편] 부활은 십자가를 다시 지게하는 힘

입력 2014-04-21 02:55


AD 410년 8월 24일 로마 제국의 수도 로마를 게르만계 ‘고트(Goths)족’이 함락했다. 로마가 이방의 야만족에게 침략당한 사건은 당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당시 카르타고의 집정관인 마르셀리우스(Marcellinus)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를 절친한 사이이자 위대한 교부인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에게 묻는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신의 도성(De civitate Dei)’을 저술했다. 이 작품은 그의 말년 대작이며 “선하신 하나님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왜 세상에는 악이 존재하는가”라는 신정론(神正論)에 대한 그의 답변이기도 하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왜 선인이 불행을 겪고, 악인이 행복하게 사는지 우리는 모른다. 그러나 측량할 수 없는 그분의 길과 파악할 수 없는 하나님의 심판을 믿으며, 마지막 승리의 성취를 기다려야 한다”고 대답한다.

악한 권세가 예수님을 덮쳤을 때, 아마도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도대체 선하신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하며 외쳤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심으로 악한 권세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와 승리를 보여주셨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이며,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은 기쁨의 날이요 승리의 절기다.

올해 대한민국의 교회 공동체는 이 부활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채 온 국민과 함께 슬픔에 잠겨 있다. 바로 지난 16일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등 수백명이 피해를 입은 ‘세월호 침몰사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큰 고통 속에서 깨닫게 된 것은 부활은 모든 십자가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옥 같은 고통을 딛고 다시 십자가를 지고 나아갈 희망을 준다는 사실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하는 것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나 이후에는 알리라”(요 13:7). 그렇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이 많이 있다.

필자 또한 자녀를 둔 아비로서 애타는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침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러나 하나님 또한 애통하는 마음으로 우리와 함께 계심을 믿는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군목으로 참전한 제프리 스터더트 케네디는 “고통받는 하나님”이란 시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이렇게 말한다.

“영원자의 마음엔 눈물이 없는가? /영혼을 꿰뚫는 아픔이 없는가? /아버지여, 그리스도가 당신의 계시자라면 /참으로 주께서 처음 낳으신 분이라면 /당신은 슬픔의 칼에 마음이 찔려 /고통 받는 분이자 치료하는 분일 것입니다.”

함께 고통 받으시며 치료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가 가족들과 온 국민에게 함께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린다.

<거룩한빛광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