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대응 시스템 아예 없단 말인가

입력 2014-04-19 02:41

박근혜 대통령이 전남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 가족들과 직접 소통한 것은 잘한 일이다. 세상 전부를 잃은 듯한 아픔과 함께 관계 당국의 안이한 대처에 불만을 가진 가족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는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대형 사고를 숱하게 겪었지만 발생 하루 만에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찾아 당국자들을 독려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피해 가족들의 격한 주장과 요구를 경청하고, 밤에 실종자 가족에게 확인 전화까지 한 것도 좋아 보였다. 슬픔에 잠겨 있는 국민들에게도 작으나마 위로가 될 듯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대한민국이 국가 최고지도자가 사소한 문제까지 직접 챙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될 정도로 시스템 부재(不在)의 나라인가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피해 가족들은 대통령 앞에서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 현장 고위 공직자들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대통령에게 “명령을 내려주세요. (공무원들이) 도대체 말을 안 듣습니다”라고 애원할 정도다.

세계 10위권 경제를 자랑하며 선진국 진입을 꿈꾸는 나라에서 여객선 침몰로 수백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그걸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우왕좌왕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각 분야 상황별 위기관리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지 의문이다. 대형 사고를 포함한 국가 재난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정부 내 지휘 체계가 허술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4년 전 천안함 피해 유가족들은 입을 모아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뒤늦게나마 정홍원 국무총리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서 사고 대책을 총괄 지휘하겠다며 목포에 내려갔으니 일사불란한 조치가 나오길 기대한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부처로 분산된 실종자 구조 및 선체 인양 기능을 적절히 통합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일이다.

피해 가족과 국민들에게 현지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8일에도 구조요원의 선내 진입 성공과 실패를 놓고 오락가락했다. 한심한 노릇이다. 대통령이 현지에 또 내려가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