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2학년 3반 카톡방… 육지와 배 안 친구들의 안타까운 대화
입력 2014-04-18 03:55
‘ㅠㅠㅠㅠㅠㅠㅠ’
16일 오전 10시6분. 세월호 조난신고 후 1시간여가 흐른 시각.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학생 36명이 등록돼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우는 모습’을 뜻하는 이 메시지가 올라왔다. 수학여행에 불참한 여학생이 침몰 소식을 듣고 배 안의 반 친구들에게 보낸 거였다. 이어 가라앉는 배에서 사투를 벌이던 학생들과 학교에 나와 TV 뉴스를 지켜보던 같은 반 친구들의 ‘카톡 대화’가 시작됐다.
‘괜찮은 거야? ㅠㅠㅠㅠㅠㅠㅠ’(발신지: 학교, 10시6분)
‘무사히 갈 거야’(선박, 10시8분)
‘알겠엉ㅠㅠ’(학교, 10시9분)
‘애들아 괜찮니ㅜㅜ’(학교, 10시10분)
‘무서워’(선박, 10시12분)
‘곧 침몰한다고 너네 바다로 뛰어내려야 한다는 거 진짜야?’(학교, 10시18분)
친구들의 대화는 10시18분 보낸 이 문장이 마지막이었다. 단체 채팅방에는 대화를 읽지 않은 멤버가 표시된다. 2학년 3반 36명 가운데 이 대화의 첫 문장은 27명이 읽지 못했는데 마지막 문장을 못 읽은 건 30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개인 사정으로 이번 수학여행에 참가하지 않은 이 반 박모양과 곽모양은 17일 오전 학교에 나와 있었다. 단체 채팅방의 마지막일지 모르는 메시지들을 기자에게 보여주던 두 소녀의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었다. 채팅방에는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에 대한 염려, 반드시 살아서 나갈 것이라는 다짐, 혼자만 살아남은 데 대한 자책 등이 처절하게 묻어 있었다.
박양 등은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도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않고 실시간 사건 현장 뉴스를 들여다봤다. 틈틈이 채팅방을 켜 혹시나 반 친구들의 메시지가 있을까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금방이라도 답장할 것 같던 친구들은 16일 오전 10시18분 이후 계속 묵묵부답이다.
잠잠했던 채팅방은 살아남은 학생들이 구조된 오후 늦게 서야 다시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지옥 같은 현장에서 구조된 김모군은 착잡한 심정에도 16일 밤 11시30분부터 채팅방에 구조된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모두 다 봤다.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우리 반 애들 다 나올 거야. 얘들아 보고 싶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또 다른 생존자 A양은 이 글을 보고 ‘□□아 ㅜㅜㅜㅜ’ 라고 답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군은 자정을 10분 넘긴 시각에도 잠들지 못하고 ‘○○야, △△야 보고 싶어. 정말로 애들아 미안해. 내가 미안해. 애들아 무섭지. 곧 구조될 거야. 미안해 사랑해 애들아 보고 싶어’라며 절규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읽지 않은 학생은 여전히 30명이었다.
17일 학교 강당에서 친구들의 소식을 듣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박양과 곽양은 친구들이 고대안산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달음에 달려갔다.
안산 지역 18개 시민단체는 단원고에서 촛불 기도회를 열고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했다. 안산 와동 희망교회 김은호 목사는 “작은 촛불이 모여 우리의 마음이 그들(실종자)에게 전달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 모인 시민 300여명도 침묵으로 아이들의 생환을 기원했다.
단원고 재학생들은 플래카드와 스마트폰을 들었다. 운동장에 모인 학생 300여명은 ‘배고프지? 엄마랑 밥 먹자!’ ‘희망 잃지 마’ ‘모두가 바란다. 돌아와 줘’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촛불 대신 스마트폰 플래시로 어둠을 밝혔다. 오규원 단원고 학생회장은 “침묵으로 진도에 있는 후배들의 안전을 기원하자”고 했다.
안산=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