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 싸움만 하는 정당에서 벗어나려면
입력 2014-04-18 02:11
우리나라는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는 대통령중심제 국가이지만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국무총리 임명동의권 등 국회의 권한이 매우 강력한 내각제적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이 우리나라 권력구조를 내각제적 요소가 많은 대통령제 국가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은 과반수보다 엄격한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이 국회를 주도하는 구조다. 양당제를 지향하는 정당법과 국민의 정치문화 때문에 우리의 경우 한 정당이 절대 다수를 점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한국 정치의 성공은 야당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대한민국호’를 이끌어 가는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름처럼 ‘새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력한 잠재적 대권주자인 새 정치의 아이콘 안철수 의원까지 동참했지만 집권당의 발목만 잡는 ‘영원한 반대자’의 이미지를 좀체 벗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집권은 꿈에 불과하다고 걱정하는 야권 지지층만 점점 늘린다는 사실을 이제는 깨달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이런 점에서 정균환 최고위원이 최근 당 소속 의원의 북한 무인기 발언과 안 공동대표의 지분 챙기기 논란 등 당내 상황을 전방위로 비판하며 조언한 것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민주당 출신으로 원내총무, 사무총장을 역임한 정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국민들은 여야 간 싸움도 싫어하지만 당내 갈등이 표출되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은 더 싫어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의 발언에서 주목할 대목은 원내 지도부 법안처리 협상과 관련해 반민주화법 외에는 여당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한 점이다. 일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준 뒤 정부를 비판하자는 뜻일 것이다. 국회 운영을 야당이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애국심에 기초한 진정성이 묻어나는 충언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의 주요 임무는 정부와 집권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민의 뜻을 잘 살펴 이를 정치적으로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가 합의한 법안까지 조건을 제시하며 통과를 미루는가 하면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야당만 계속 하려고 작정했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이제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민주화운동 경험은 물론 집권까지 해본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고 있는 정당이 이렇게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서야 되겠는가. 정 최고위원의 조언을 가슴에 깊이 새겨 집권을 향한 통 큰 행보를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