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논란 입장 표명] 2005년 급성 백혈병 진단 2년 후 사망… 사건 발단된 ‘황유미씨 사건’
입력 2014-04-15 03:11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에 다니던 황유미씨는 2005년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병세가 악화돼 2007년 3월 23세의 나이로 숨졌다.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백혈병 발병이 업무와는 무관하다는 게 이유였다. 유족들은 재심을 청구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정부가 나서 반도체 사업장의 화학물질 실태조사를 벌였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다.
2010년 황씨의 유족과 또 다른 백혈병 피해자 4명은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안전보건컨설팅 회사를 불러들여 현장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장에서 각종 유해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고 이런 물질이 모두 외부 배출된 것으로 보기 어려워 근로자들이 지속적으로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판결 한 달 뒤 근로복지공단은 재판에 불복해 항소했다. 미국 업체 조사결과 백혈병 발병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받아낸 뒤였다. 그렇지만 삼성을 향하는 여론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삼성전자는 퇴직 임직원 중 암 발병자에 대한 지원제도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2012년 4월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전자 온양 반도체 공장 근로자의 재생불량성 빈혈(혈액암의 일종)을 산재로 인정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나온 첫 혈액암 산재 인정 사례였다. 이후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노력 끝에 산재 인정 범위가 점차 확대됐다. 고용노동부는 산재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직업성 암으로 인정되는 종류가 기존 9종에서 21종으로 늘었다. 직업성 암을 유발하는 유해요인도 14종에서 35종으로 인정 기준이 확대됐다.
2013년 1월 삼성전자는 피해자 측에 대화를 제의했고 이후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반올림)’와 협상이 진행됐다. 2013년 12월 첫 번째 본 협상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 사이에도 삼성전자에 불리한 사례들이 쌓여만 갔다. 2013년 10월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김경미씨 유족이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발암 의심 물질에의 노출 여부와 정도를 더 이상 규명할 수 없게 된 것은 근무 당시 사용된 화학물질 자료를 보존하지 않거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삼성전자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개봉해 45만명이 관람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황씨 사건에 대한 반향을 일으키며 이번에 삼성전자가 입장을 표명하게 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