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라트라비아타’ 주역 소프라노 조이스 엘 코리 “비올레타만 40번… 농익은 무대 선사합니다”

입력 2014-04-15 02:16 수정 2014-04-15 17:21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주인공 비올레타 역을 40번 정도는 했어요. 그때마다 느낌이 다 달랐지요. 비올레타는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거든요. 아름답지만 애잔한 슬픔이 묻어나는 캐릭터라고나 할까요.”

국립오페라단이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라트라비아타’에서 비운의 여인 비올레타를 연기하는 캐나다 출신 소프라노 조이스 엘 코리(32). 지난 9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그를 만났다.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한국무대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땀 흘리며 준비하고 있다”며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장담하기까지 했다.

‘라트라비아타’는 비올레타가 시종일관 극을 이끌어 가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력과 음악성이 웬만큼 뛰어나지 않고서는 비올레타 역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 및 필라델피아 보컬 예술 아카데미를 졸업한 코리는 각종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마리오 란차(미국 성악가) 콩쿠르, 조지 런던(캐나다 음악가)재단 콩쿠르, 로렌 재커리(미국 성악가) 콩쿠르 등을 휩쓴 그는 환상적이면서도 유연한 고음과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가 일품이다. 지난해 네덜란드 국립극장에서 세계적인 연출가 빌리 데커가 올린 ‘라트라비아타’에서 프리마돈나(주역 여성가수)로 열연을 펼쳤다. 갈채와 환호가 쏟아진 이 공연을 통해 그는 “이 시대 최고의 비올레타”라는 평가를 얻었다.

‘라트라비아타’는 1850년대 프랑스 파리가 공간적 배경으로, 매춘부로 살아가는 한 여인의 비극을 가슴 아프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코리는 “비올레타의 화려함 뒤에는 주변 시선 때문에 점차 망가져 가는 처참한 삶이 숨겨져 있다”며 “폭력과 위선이 만연한 현실 속에서 극도의 고통과 직면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잘 표현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오페라의 가장 유명한 아리아는 사교 파티장에서 서로 만난 비올레타와 부유한 집안 출신의 청년 알프레도가 함께 부르는 ‘축배의 노래’다.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신분 차이 때문에 빚어지는 비극적인 종말을 숨기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코리는 “운명적인 사랑의 감정이 잘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알프레도 역은 2003년 한국인 최초로 독일 베를린국립극장 전속가수로 발탁돼 화제를 모은 테너 강요셉이 맡았다.

훤칠한 키에 미모까지 갖춘 코리. 한국공연은 처음인 그가 이번 무대에서 창조할 비올레타가 궁금해졌다. “사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재미있는 무대는 라트라비아타입니다. 한국의 관람객 수준이 매우 높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오페라의 묘미를 제대로 선사하겠습니다.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노래하고 연기하느라 한국공연이 끝나고 나면 기절할지도 모르겠어요.”(웃음)

뛰어난 연기력과 음악성으로 찬사 속에 오페라 무대의 주역으로 잇따라 러브콜을 받고 있는 코리는 이번 공연 이후 미국 산타페오페라의 ‘카르멘’과 캐나다 벤쿠버오페라의 ‘박쥐’에 출연할 예정이다.

■라트라비아타는 어떤 작품

‘길을 잘못 들어 방황하는 여인’이란 뜻을 가진 ‘라트라비아타’는 이탈리아 음악가 주세페 베르디(1813∼1901)가 1853년 작곡한 오페라다. 원작은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알렉산더 뒤마(1802∼1870)의 ‘동백꽃 여인’. 당시 상류 사회의 퇴폐적인 분위기와 문란한 성의식 등을 비판하면서 한 매춘부 여인의 운명적인 사랑을 다루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자주 무대에 올려지는 오페라로 우리나라에선 ‘춘희(椿姬·동백 아가씨)’라는 제목으로 1948년 서울 명동 시공관에서 초연됐다. 국내 첫 오페라 무대였다.

이번 공연은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 색채를 입힐 계획이다. 연출은 프랑스 연출가 아르노 베르나르가, 지휘는 독일의 파트릭 랑에가 맡는다. 관람료 1만∼15만원(02-586-5363).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