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 기자의 암환자 마음읽기] 서울 병원 다니는 지방 환자 묵을 곳이 없다
입력 2014-04-15 02:49
“항암치료를 받아본 사람은 알겠죠,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요. 하지만 똑같은 암환자여도, 서울서 거주하며 치료받는 사람과 시골에서 올라온 암환자가 느끼는 고통의 무게는 달라요. 새벽 첫차를 타고 올라와 긴 대기시간을 보낸 후 주사실로 들어가죠. 항암제를 맞기 전부터 환자는 이미 지쳐 있어요. 힘들게 항암제를 맞고서 막차를 타고 내려갈 때면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너무도 허망하게 버스 안에서 죽는 것은 아닐까, 두렵기도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자, 마음을 짓눌렀던 깊은 한숨이 나왔다. 취재를 위해 많은 암환자를 만났지만,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암환자의 삶은 더욱 힘겨워 보였다. 절망과 외로움이 온전히 그들의 것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현 상황을 개선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요양시설 및 요양병원이 존재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 암 환자보다는 치매, 중풍 등 장기간 보호가 필요한 환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해당 시설마다 암 환자를 카테고리 안에 넣어 놓았지만, 과연 암환자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구토, 식욕 저하 등 항암제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입에 맞는 음식이 제공되는지, 향후 치료를 위해 고단백 음식들로 식단이 구성되는지 말이다. 또한 치매 등 질환의 성격이 다른 환자들과 함께 사용하는 시설은 암환자가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닐 것이다. 이렇다 보니 아무런 연고 없이 시골서 올라오는 암 환자는 대안으로 모텔이나 찜질방을 선택한다. 포털사이트에서 암환자가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대형병원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근처 가까운 모텔과 찜질방을 묻는 질문이 뜬다. 암환자들의 고민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충주에서 올라온다는 60대 여성 환자는 “치료를 거듭할수록 체력이 떨어져 나중에는 말하기도 힘들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자 없이 병원 내 볼일을 모두 보고 먼 길을 돌아가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살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일”이라고 말한다.
“서울에 아는 사람이 없고 자녀들도 생업이 있으니 혼자 와야지요. 남편도 내 주사 값을 벌려면 하루도 쉬지 못해요. 결국 혼자 올라오게 되는데, 여자 혼자 모텔을 이용하자니 무섭기도 했고 하루 이용료가 찜질방 요금의 몇 배니까 결국 찜질방을 가게 돼요. 하지만 덥고 춥고를 반복하는 그곳의 환경은 면역력이 떨어진 암 환자가 참고 견딜 수 있는 곳이 아니었죠. 밤새 통증에 시달리다 결국 응급실을 가게 됐어요.”
착한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암환자 쉼터란 곳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지만, 대개 도시와 멀고 공기 좋은 산속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대형병원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와 반대로 정부가 추진하는 메디텔은 암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 환자와 그 가족들이 머물기 위한 곳으로 관광시설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사회적으로 암환자를 위한 많은 투자와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방 암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줄여줄 사회적 장치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때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