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문화] “부실복구 부실대책” 곤혹스런 문화재청
입력 2014-04-15 02:03
“그쪽 사람들 다 도둑놈들이라면서요?”
문화재청의 한 직원은 최근 택시를 탔다가 기사로부터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택시 안에서 전화가 걸려와 ‘문화재청’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자 기사가 대뜸 던진 말이었다. 숭례문 부실 복구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문화재청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련의 사건을 되짚어보면 그럴 만도 하다. 복구 5개월 만에 단청의 박락 사실이 드러나면서 촉발된 부실 공사 논란, 그 와중에 불거진 수리기술자 자격증 불법대여, 신응수 대목장의 금강송 빼돌리기, 광화문 복구공사 ‘떡값’ 수수비리…. 문화재청 직원이 직접 연루되지는 않았더라도 관리주체인 만큼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숭례문 부실 복구 논란이 불거진 이후 문화재청은 거의 ‘멘붕(멘탈붕괴)’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이 “원전 비리 수준으로 심각하다”고 언급하며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후 개청 이래 사상 처음으로 경찰 조사와 감사원 감사를 동시에 받는 입장에 처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환골탈태의 각오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 문화재 수리 관리체계를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강한 어조로 질책했다.
숭례문·광화문 복원사업 비리의혹과 관련한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달 26일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속죄하는 심정으로 국민 앞에 엎드려 사과드린다. 문화재 행정 전반에 투명성·청렴성 제고방안을 마련해 앞으로 동일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후 문화재청은 지난 9일 ‘문화재 수리체계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총 25개 분야의 개선책이 포함됐으나 ‘부실복구에 부실대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문화재청 자체의 비리 근절책은 언급도 하지 않고 수리기술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는 것이다.
사실 석굴암 붕괴 우려 논란에서 보듯 문화재 부실관리는 정확한 진단 없이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국보 314점, 보물 1710점 등 국가지정문화재 3385점에 시도지정문화재 7543점까지 합쳐 1만점이 넘는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 5월 초로 예정된 감사원 감사도 나오기 전에 문화재청이 내놓는 혁신대책은 미덥지가 않다. 감사 결과가 나온 후 진정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때 청렴도와 인기도에서 상위에 랭크된 문화재청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는 주체라는 자긍심을 되찾기를 기대한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