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 잘하는 병원-조선대병원 산부인과] “자궁암이어도 자녀 셋 출산 거뜬합니다”

입력 2014-04-15 02:42


“자궁경부암 크기가 커 자궁을 들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의사의 검진결과를 듣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죠. 주치의는 의료기술이 좋아져서 암세포를 제거하면 사는 데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했어요. 하지만 결혼 전이라 부담이 컸지요. 아기도 낳아야 하는데 자궁을 들어내 버리면 여자로서의 삶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불안한 마음을 부여잡고 항암치료를 하면서 차도를 지켜보기로 했죠. 그런데 암 크기가 점점 커져 상황이 더 악화됐지요. 결국 자궁 적출을 결심했어요. 그 과정에서 운 좋게도 한세준 교수님을 만나게 됐고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로 잘 살아가고 있답니다.”

전남 목포에 사는 김정미(39·가명)씨는 10년 전인 2005년 8월, 자궁경부암 판정을 받았던 당시의 힘들었던 심정과 그 고통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한세준 조선대학교병원 산부인과학(부인종양학) 교수를 만난 그때를 회고했다.

당시 김씨의 상태는 자궁경부암 1기 말로 주치의로부터 자궁적출 수술을 권유받는다. 암 크기가 두꺼웠던 김씨의 상태를 봐서는 자궁을 들어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 항암치료만 했다가는 암이 급격히 다른 장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 받고 있던 중 김씨는 한 교수의 광역학을 이용한 암 치료 사례를 접하게 된다. 자궁을 들어내지 않고 자궁암을 수술할 수 있다는 소식에 김씨는 곧바로 한 교수를 찾는다.

김씨는 “임신과 출산이 어찌 목숨과 같을 수 있으랴만, 미혼인 제게는 임신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며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시의 간절함을 담은 편지 한 통을 김 교수에게 건넨다.

이후 10년이 지나 지난 4월 11일 둘째 딸을 출산했다. 첫째 딸은 광역학 치료로 자궁 내 암세포가 제거된 후 시험관 아기에 성공해 2009년 8월 자연분만으로 출산에 성공했다.

보통 자궁암에 걸린 여성 대다수는 항암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심해지거나 차도가 없어지면 자궁적출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행스러운 것은 김씨의 사례처럼 자궁경부암에 걸렸지만 자궁을 적출하지 않고도 광역학 치료를 통해 자궁 내 암세포만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시술법이 개발됐다는 점이다. 요즘처럼 20∼30대 젊은 미혼 여성들도 자궁암 발병률이 높은 상황에서 광역학 치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한 교수가 광역학 치료를 통해 자궁암을 시술한 건수는 169건에 달한다. 169건의 수술 중에는 단 한 건의 실패 사례도 없었다. 또 자궁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거의 대부분 완치가 됐고,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3명까지도 출산에 성공했다. 자궁경부암이나 자궁내막암에 걸리면 어쩔 수 없이 자궁을 들어내야 하는 기존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이는 한 교수가 진행한 ‘생식기능 보존을 원하는 젊은 여성의 자궁암 환자에서 항암화학 광역학 치료 후 성공한 임신 분만’ 연구결과에서도 명확히 확인됐다.

한 교수에 따르면 광역학을 이용한 자궁암 수술은 치료 중에 출혈이 전혀 없는 게 큰 장점이며 통증이 없으므로 마취를 하지 않아도 된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임신과 출산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울러 최소 침습적인 방법으로 외래에서 수술 시행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기존 치료인 수술이나 방사선, 항암 화학요법에 비해 정상 조직의 손상이 적으며 수술에 대한 제한성이 없어 여러 번 수차례 수술을 반복해서 시행할 수 있다.

한 교수는 “광역학 치료는 체내의 산소와 빛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물질(광과민 물질)이 빛에 의해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켜 단일한 산소와 이를 통해 유발되는 자유라디칼(free radical)이 각종 병변부위와 암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최소 침습적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교수는 “광역학 치료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환자들의 문의가 많이 온다”며 “젊은 나이에 자궁암에 걸려 절망적인 상황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찾아오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광역학 치료의 시술이 대중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한편 광역학 시술은 빛을 유도하는 물질을 정맥주사에 투여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광역학 시술을 받은 환자는 햇빛에 주의해야 한다. 시술 후 6주까지는 외출 시 긴 소매 옷과 장갑을 착용해야 하며 햇빛을 피해 가급적 흐린 날이나 야간에 외출해야 한다. 또 시술에 쓰이는 약물(광감각제)에 반응해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으므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광역학 치료비용은 대략 200만원 선이며, 아직 도입 초기 단계여서 보험의 혜택이 없는 게 아쉬움 점이다.

광주=조규봉 쿠키뉴스 기자 ckb@kukmid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