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손자 장즈청, 사모펀드로 3조원대 축재”

입력 2014-04-12 03:59


중국의 ‘반(反)부패’ 정국이 심상치 않다.

이번에는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 일가의 ‘검은 축재’ 과정이 로이터통신을 통해 11일 폭로됐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밀어붙이는 반부패 드라이브에 대해 장쩌민과 후진타오(胡錦濤) 두 전 주석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이은 것이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현재 권력과 장쩌민 등 과거 권력이 외국 언론에 정보를 흘리는 방식으로 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베이징 정가 소식통은 “시 주석의 지속적인 부패 척결 과정에서 당내에 이상기류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장쩌민의 손자 장즈청(江志成·28)이 사모펀드 ‘보위(博裕) 캐피털’을 통해 면세점 기업 ‘선라이즈(日上) 듀티 프리’를 인수하면서 축재한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동시에 선라이즈 설립자이자 미국 국적 화교기업인 프레드 창(Fred Kiang)과 장쩌민과의 의혹에 싸인 관계도 파헤쳤다.

이에 따르면 보위 캐피털이 선라이즈 인수나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지분 매입 등을 통해 챙긴 돈이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부정 축재한 것으로 뉴욕타임스(NYT)가 2012년 보도했던 3조원 규모에 거의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즈청이 2010년 설립한 보위 캐피털은 1년 뒤인 2011년 선라이즈 면세점의 지분 40%를 8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보위는 선라이즈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됐다.

선라이즈는 베이징과 상하이에 있는 국제공항의 모든 면세점을 소유하고 있다. 국영 면세점 업체로 중국 내 대다수 면세점을 보유하고 있는 ‘차이나 듀티 프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보위는 당시 선라이즈의 가치를 2억 달러로 추산했으나 보수적으로 계산한 현재 장부상 가치는 8억 달러로 추산됐다. 불과 3년 사이에 무려 4배나 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그러나 실제 가치는 이보다 2배나 더 높다고 은행가들은 밝혔다. 선라이즈가 2012년 당국에 신고한 매출액을 토대로 계산하면 가치가 16억 달러(약 1조6500억원)나 된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프레드 창이 잘 나가는 선라이즈 주식을 보위에 싼 가격에 매각한 것은 수수께끼”라고 지적했다.

선라이즈 면세점 설립 과정에는 장쩌민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라이즈 설립연도인 1999년은 장쩌민이 국가주석으로 재임하던 시기로 중국 국무원은 당시 국가 독점이던 면세점 사업을 처음으로 해외 기업에 개방했다.

프레드 창은 이에 즈음해 선라이즈를 설립했다. 선라이즈는 이어 입찰을 통해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냈다. 그 뒤에도 선라이즈에 대한 특혜는 이어졌다. 국무원은 2000년 지방 정부의 면세점 사업을 국영 ‘차이나 듀티 프리’로 넘기도록 하면서 선라이즈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줬다. 2009년에도 해외 자본의 면세점 사업 참여를 제한하면서 선라이즈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결국 할아버지는 선라이즈의 설립과 성장을 도와주고 손자는 이를 집어삼킨 셈이다.

장쩌민과 프레드 창은 1986년 처음 만났다. 장쩌민은 상하이시 서기였고 프레드 창은 샌프란시스코·상하이 자매시 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두 사람은 성이 같은 장(江)씨인 것을 알고 더욱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장즈청과 장쩌민 장남으로 국영기업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장멘헝(江綿恒)은 사업상 거래를 할 때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프레드 창의 저택을 이용할 정도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60대 후반인 프레드 창은 중국 이름이 장스첸(江世乾)으로 상하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다. 상하이와 홍콩, 애리조나주 등을 오가며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장소에 상당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