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복지재단 곽광희 대표 ‘사랑의 찐빵’ 할머니… 찐빵에 담은 ‘청소년 사랑’ 4년째

입력 2014-04-12 02:23


지난 4일 낮 12시30분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중학교 조리실. ‘사랑의 찐빵 만들기’ 동아리 학생 24명과 학부모 10명, 자원봉사자들은 찐빵을 만드느라 정신없었다. 이날 목표는 3000개. 1초에 하나씩 만든다는 생각으로 찐빵 만들기에 돌입했다.

조리실 한쪽에는 밀가루 반죽기와 반죽 커터기가 돌아가고 벽면에는 일렬로 발효기가, 다른 쪽엔 증기 찜기가 놓여 있다. 가운데 테이블에선 봉사자들이 빵 반죽에 팥고물을 넣고 있었다. 그들 중 넉넉한 미소를 지으며 바쁘게 손을 놀리는 노목사가 눈에 띄었다. 사회복지법인 닮복지재단의 대표이사 곽광희(69·사진) 목사. 일명 ‘인심 좋은 찐빵 할머니’다. 곽 목사는 지난 3년간 의정부 지역 5개 학교에서 1년에 다섯 차례 무상으로 진빵을 나눠줬다. 단 조건이 있다. 지원 4년째부턴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이날은 학생들이 직접 빵 만드는 첫날로 어머니들이 함께했다.

어머니 대표 김혜옥(46)씨는 “아이들이 찐빵 만들기를 통해 나눔, 섬김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며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주위 어르신들에게도 직접 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봉사를 하고 싶어 동아리에 가입했다는 2학년 이남희양은 “그동안 빵을 맛있게 먹으며 만들어주신 분들에게 늘 감사했다”며 “오늘은 빵을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고 행복해지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찐빵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을 방문한 의정부교육청 교육복지조정자 장윤주(44)씨는 “이 사업은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으로 시작됐다”며 “사랑앓이 사업으로 만들어진 동아리가 지역과 소통하고 나누는 활동을 한다”고 소개했다. 이날 만든 찐빵은 낱개 포장해 다시 빨간 종이상자에 담겨 주변 경로당 2곳과 방과후 학교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곽 목사가 ‘사랑의 찐빵’ 사역을 시작한 건 2000년부터다. 서울 동대문운동장역 주변에서 외환위기 이후 직장과 가정을 잃은 노숙인들에게 빵을 먹였다. 노인들에게는 노인잔치를 열어 찐빵을 대접했다.

이 사역을 하기 전 그는 사업체를 운영했다. 1981년 사업에 실패하면서 하나님을 만난 그는 교회를 다니며 ‘어떻게 하면 하나님 믿는 자가 복될까’를 늘 고민했다. 어려운 사람을 돕게 해달라고 20년간 기도했다. 재기에 성공했지만 2000년 목사 안수를 받으면서 사업을 접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찐빵 만드는 법을 배웠다.

“사업하면서 보육원이나 교도소를 자주 찾았습니다. 그때 청소년에 대한 비전을 가졌어요. 지금은 찐빵만 나눌 것이 아니라 비행 청소년들을 어떻게 돌보고 공부시킬지를 연구하고 있어요.”

2010년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닮자는 의미로 ‘닮복지재단’을 설립, 본격적으로 청소년과 장애인, 지역사회를 위한 복지사업을 펴고 있다. 사회복지법인을 위해 곽 목사는 전 재산 25억원을 기부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새벽에 서울 퇴계로6가 도로변에서 노인과 노숙인에게 찐빵을 나눠준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마다 10명씩 저소득 독거노인들에게 간식으로 제공한다. 군부대 장병들에게도 전달한다. 구민회관에서 노인잔치도 10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자신의 집을 내놓고 그룹홈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청소년 장학사업도 폈다.

사랑의 찐빵 만들기는 청소년을 미래인재로 키우기 위한 곽 목사의 주요 사역이다. 곽 목사는 학교에서 사랑의 찐빵을 나누며 비행 청소년들을 끌어안는다. 이 사역을 통해 학생을 선도하고 섬기며 나누는 인성교육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곽 목사는 “교회들이 각 도와 구마다 하나씩이라도 ‘사랑의 찐빵 만들기’ 지부를 만들어 학교를 품고, 청소년들을 감싸 안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정부=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