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십자가 왜 지셨는지 ‘고난’ 두 글자 묵상

입력 2014-04-12 02:17

13일부터 고난주간이 시작된다.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한 그리스도는 인류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수난을 당했다.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한 주간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며 구원의 감격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김화영(52) 나다공동체 대표와 김경수(55) 광은교회 목사가 제안한 고난주간 두 글자 묵상과 성경말씀, 생활수칙을 소개한다.

13일 (일) 종려주일 ‘동기’ 어떤 목적으로 예수를 따르는가

종려주일은 고난주간의 첫날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십자가 수난을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한 그리스도에게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지금 우리를 구원하소서)’를 외쳤다. 그러나 이들의 생각은 그리스도와 달랐다. 이스라엘 백성은 민족해방과 기적을 원했지만 그리스도는 십자가를 지기 위해 왔다.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 동기가 달랐다.

예수께서 왜 십자가를 졌는지를 묵상하며 신앙생활의 동기를 생각해보자. 어떤 목적으로 예수를 따르는가. 하루 일과 중 사람들과 어떤 동기로 말하고 행동했는지 돌아보자. 진리가 신앙의 동기가 돼 실천하는 증인의 삶을 살도록 기도하자.

(묵상할 성경말씀은 마 21장 1∼11절, 막 11장 1∼11절, 눅 19장 28∼44절, 요 12장 12∼19절)

14일 (월) 권위의 날 ‘열매’ 영적 열매를 맺는 삶을 살았는지

월요일에 예수는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고 성전에서 상인들을 쫓았다. 보통 무화과는 가을에 결실하나 예수는 봄에 열매를 찾는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을 빗댄 것이다. 스스로 선민이라 불렀지만 정작 예수를 부인한 이들은 영적 열매가 없었다. 무화과를 저주한 예수는 성전에서 환전상과 상인들의 탁자를 뒤엎는다. 열매 없는 무화과처럼 성전을 강도의 굴혈로 만드는 이들을 용납지 않았다.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건 자녀로 풍성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함이다. 풍성한 삶은 성령 충만한 삶이다. 성령 충만한 삶은 신앙의 고백대로 신실하게 살아 결실을 맺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인간의 중심을 본다. 그간 형식적으로 신앙생활을 하진 않았는지, 영적 열매를 맺는 삶을 살았는지 돌아보자.

(마 21장 12∼20절, 막 11장 12∼19절, 눅 19장 45∼46절)

15일 (화) 변론의 날 ‘진리’ 하나님의 영광·복음 순수성을 위해

이날 예수는 납세, 부활 등 종교와 정치 관련 문제를 놓고 대제사장과 서기관, 바리새인, 사두개인 등과 논박했다. 예수는 신성 모독으로 걸고넘어지려는 질문의 의도를 알고도 진리를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또 과부의 두 렙돈을 칭찬하며 신앙의 핵심이 양이 아닌 질에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 침해될 때 투쟁과 변론을 한다. 진리를 말하기 위해 세상의 가치관에 반하는 말을 할 수 있는가. 삶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과 복음의 순수성을 위해 ‘아니오’라 말할 수 있는 믿음을 위해 기도하자.

(마 21장 23∼41, 22장 1∼46절, 23장, 막 11장 27∼33절, 12장 1∼9, 13∼44절)

16일 (수) 침묵의 날 ‘침묵’ 말 멈추고 하나님 뜻을 들어보자

넷째 날인 수요일엔 성경 어디에도 예수의 행적이 기록되지 않았다. 이때 대제사장과 장로는 예수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여러 설이 있으나 다수의 성경학자들은 예수가 베다니에서 마리아의 향유를 받고 기도했을 거라 추측한다.

예수가 말을 멈추고 침묵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뜻을 비우고 하나님의 말을 경청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습관적으로 하는 말을 멈추고 기도로 하나님의 뜻을 들어보자. 친구와 직장동료와의 대화에서도 오늘은 ‘3초간 침묵’해 상대의 말을 경청해 보자.

(마 26장 1∼13절, 막 14장 1∼11절, 요 12장 20∼50절)

17일 (목) 번민의 날 ‘일치’ 새 계명 마음에 새겨 사랑하고 용서

이날 예수는 성만찬으로 십자가 죽음의 의미를 설명한다. 또 그리스도의 살과 피인 떡과 잔을 나누며 예수 안에서 모든 성도가 하나임을 선포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면서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전한다. 그리고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 시험에 들지 않기를 간절히 간구했다.

성만찬으로 예수가 내 삶으로 들어왔다. ‘예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며 살아보자. 새 계명을 마음에 새겨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용서키로 다짐하자. 잠을 줄여 묵상시간을 갖고 성령님께 삶의 교훈을 구하자.

(마 26장 17∼56절, 막 14장 12∼25, 32∼52절, 눅 22장 7∼30, 39∼53절)

18일 (금) 수난의 날 ‘순명’ 금식으로 온전히 하나님의 뜻에 신뢰

순명(順命)은 하늘의 뜻에 순종한다는 의미다. 이날 예수는 베드로에게 부인당하고 불의한 재판을 받았다. 그리고 수치 속에서 십자가에 달린 뒤 운명했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뜻을 부인한 것이다.

십자가는 자기부정의 표상이다. 스스로 변하지 않고 타인을 변화케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대의 허물을 용서하고 내 자아를 죽이는 하루가 되자. 또 예수의 십자가 처형과 죽음을 애도하며 고난에 동참하자. 음식뿐 아니라 미디어, 잘못된 습관, 외로움, 두려움 등을 비우는 금식으로 온전히 하나님의 뜻에 신뢰하는 하루가 되자.

(마 26장과 27장, 막 14장 53절∼15장, 눅 22장 54절∼23장, 요 18장 13절∼19장)

19일 (토) 안식의 날 ‘의탁’ 믿음의 확신 갖고 두려움서 벗어나자

사순절 마지막 날인 토요일은 예수가 사명을 다 이루고 안식한 날이다. 부활 전까지 예수의 육신은 아리마대 요셉의 새 무덤에서, 영혼은 하나님 품에서 안식했다. 예수의 부활을 두려워한 종교지도자들은 무덤 문을 굳게 지켰다.

예수가 무덤에 묻히자 제자들은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예수는 다시 살아나기 위해 무덤에 있었다. 오늘 하루는 믿음의 확신을 갖고 실체 없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자. 부정적인 생각과 염려를 멈추자.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는 믿음으로 하루를 긍정적으로 살아보자.

(마 27장 57∼66절)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